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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 자본금 확충이 곧 경쟁력
최양해 기자
2022.09.30 10:40:23
④ GP커밋 확대·재무구조 개선 등 '주춧돌' 역할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9일 10시 4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내년도 모태펀드 출자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3년 만에 1조원을 밑돈 올해 예산보다도 25%가량 적은 예산을 편성했다. 그간 모태펀드 중심으로 성장해온 벤처투자 생태계를 민간 주도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에서다. 정권을 막론하고 벤처투자 활성화에 힘써온 행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전례없는 예산 감축, 이 결정이 불러올 나비효과를 예상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모태펀드가 내년도 출자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결정하면서 '자본금 규모'가 벤처캐피탈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기침체로 민간자금 매칭(matching)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부 출자기관들이 자본금이 탄탄한 곳들을 선별해 위탁운용사로 선정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29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창업투자회사(창투사) 수는 2017년 121곳에서 2021년 197곳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납입 자본금 규모도 창투사 숫자가 늘어난 만큼 확대됐다. 2017년 1조5228억원에서 지난해 2조182억원으로 32.5% 늘었다.


반면 창투사 한 곳당 평균 납입 자본금은 2017년 126억원에서 지난해 102억원으로 19%가량 축소됐다. 최소 설립 자본금 요건(20억원)만 갖추고 출범한 신생 창투사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정책자금 예산 축소로 벤처캐피탈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본금 규모의 격차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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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P커밋 출자 '부익부 빈익빈'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탈의 자본금은 펀드를 결성할 때 내는 운용사 출자금(GP커밋)을 조달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된다. GP커밋을 많이 낼수록 펀드 운용에 대한 책임감이 강화되고, 향후 펀드 운용성과에 대한 보상을 보다 많이 챙길 수 있게 되는 구조다.


통상적인 GP커밋 출자 비율은 펀드 결성총액의 3~10% 안팎이다. 1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면 3억원에서 10억원을 납입하는 수준이다. 만약 벤처캐피탈이 펀드 운용에 자신 있고, 활용 가능한 유보자금이 넉넉하다면 GP커밋 비중을 더욱 높이는 전략을 펼 수도 있다.


관건은 자금력이다. 금융지주 계열 벤처캐피탈 등 든든한 모기업이 있는 경우라면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이 수월하지만, 독립계 벤처캐피탈이나 유한회사(LLC)형 벤처캐피탈의 경우 GP커밋을 무작정 늘리기엔 자금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벤처펀드 결성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자본금을 비롯한 자본 확충이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17년 평균 1536억원 규모였던 벤처펀드 평균 결성금액은 지난해 1816억원으로 18.2%가량 높아졌다. 당장 2000억원 규모 벤처펀드를 조성할 때 GP커밋으로 10%를 출자한다고 가정하면, 창투사 최소 설립 자본금 요건과 맞먹는 금액을 납입해야 하는 수준이 현실이 된 셈이다.


벤처캐피탈이 GP커밋을 늘리는 건 펀드 운용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유한책임조합원(LP) 입장에서도 운용사가 출자금을 늘릴 경우 민간자금 매칭으로 조달할 자금이 줄어들고, 펀드 결성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를 줄 수 있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내년 정책자금 축소 영향으로 펀드 결성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출자사업을 진행하는 앵커LP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넉넉한 GP커밋 출자 여력과 자본금을 갖춘 운용사일수록 출자사업 정성평가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자본금 규모가 출자사업 선정여부 좌우하기도


벤처캐피탈의 자본금 규모는 출자사업 선정 여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연기금·공제회 등 운용사의 재무구조 평가가 중요한 곳일수록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상대적으로 자본금 규모가 작은 LLC형 벤처캐피탈들이 연기금·공제회 출자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쉽지 않은 이유다.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LLC형 벤처캐피탈 A사는 최근 위탁운용사(GP) 5곳을 뽑는 공제회 출자사업에서 투자 부문 정량평가 2위를 차지하고도 낙마했다. 타 운용사 대비 부족한 자본금 규모와 불안정한 재무구조에 발목을 잡혔다. 펀드 운용성과보다는 부수적인 요인 탓에 GP 지위를 따내지 못한 셈이다.


LLC형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연기금·공제회 출자사업에선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를 주요 평가 항목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조건을 적용할 경우 상장 벤처캐피탈이나 성과보수 지출 통제가 가능한 전문경영인 체제 운용사가 좋은 점수를 받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대로 성과보수나 인건비 등 지출이 많아 이익규모가 작은 운용사일수록 재무구조 평가에선 낮은 점수를 받기 십상"이라며 "자금 유보를 최소화하고 구성원들이 성과를 분배하는 LLC형 벤처캐피탈의 경우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LLC형 벤처캐피탈에서 창투사로 전환한 운용사도 등장했다. 올해로 설립 6년차를 맞는 인라이트벤처스다. 공동 창업자(파트너) 4명이 자본금 4억원씩을 갹출해 창투사 설립 최소 자본금 요건을 충족했다. 국내에서 LLC형 벤처캐피탈이 창투사로 전환한 사례는 2019년 캡스톤파트너스에 이어 두 번째다. 이밖에 케이투인베스트먼트 등 LLC형 벤처캐피탈도 창투사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상장·증자·스팩 투자로 활로 모색


여러 방면으로 자본금 규모를 키우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조달이다. 지난해 말 다올인베스트먼트(옛 KTB네트워크), 올해 초 스톤브릿지벤처스가 코스닥 문턱을 넘었고, 올 들어서도 세 곳의 벤처캐피탈이 상장 계획을 밝혔다. LB인베스트먼트, HB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등이다.


이들 운용사가 상장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펀드 운용 자금을 늘리기 위해서다. 자체적인 자금 조달 능력을 강화해 GP커밋을 늘리고, 신규 펀드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게 목표다.


지난달 2130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를 조성한 DSC인베스트먼트가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DSC인베스트는 해당 펀드 약정총액의 10%를 GP커밋으로 납입하기로 했다.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뒷받침됐기에 독립계 벤처캐피탈로선 큰 금액인 200억원대 GP커밋을 충당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기업 지원을 받는 벤처캐피탈들은 유상증자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지난해 11월 제주맥주 계열 벤처캐피탈인 카스피안캐피탈이 9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같은 해 12월엔 DGB금융그룹 계열사로 합류한 하이투자파트너스가 1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끝마쳤다. 신규 펀드 결성을 통한 운용자산(AUM) 확대에 박차를 가할 채비를 마쳤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투자로 자본금을 불리는 운용사들도 있다. 청산 기간이 짧고, 하방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 덕분이다. 올 들어서만 스틱벤처스, 메디치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탈이 스팩에 투자했다.


업계 관계자는 "벤처 정책자금 출자예산이 감축되면서 자본 여력에 따른 운용사들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가 스타트업들의 혹한기였다면, 내년은 운용사들의 생존을 건 겨울나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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