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수도권에 공급한 대안주거는 ▲오피스텔 41만5000가구 ▲도시형생활주택 37만3000가구 ▲생활형숙박시설 2만1000가구 ▲기숙사 1만6000가구 등 총 82만5000가구다. 같은 기간 공급한 주택 공급량의 24%로 무시 못 할 수준이다.

대안주거는 철저히 주택시장의 흐름에서 영향을 받는다. 주거 수요가 폭증할 경우에는 기존의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 몸값이 엄청나게 올라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들 대안주거가 주목을 받는다. 반대로 주거 수요가 줄어들면 아파트보다 대안주거가 먼저 가격이 폭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 1년간 대안주거 시장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등에 업고 인기가 상종가를 치면서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했다는 칭찬을 들었지만 올해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부터 부동산 시장이 고꾸라지기 시작하자 아파트보다 주거 매력도가 떨어지는 대안주거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지방의 대안주거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더니 이제는 수도권, 그중에서도 미분양 무풍지대로 여겨지던 서울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실상 미분양의 진앙지로 지목되고 있는 현실이다.

냉정히 말해 대안주거의 이 같은 몰락은 이미 수년전부터 예견돼왔다. 오히려 시장의 경고를 무시하고 이처럼 거품을 양산한 배경에는 시행사들의 지나친 욕심이 한몫했다. 시행사들이 아파트와 달리 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대안주거 공급에 매달리면서 과잉 공급이 이뤄진 것이다. 

서울 강남 등지에서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호텔과 식당, 피트니스센터 등이 위치한 부지를 인수한 뒤 20평 안팎의 고급 오피스텔 약 100실을 평당 분양가 1억원 안팎에 공급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이런 오피스텔은 작년 초까지만 해도 불티나게 팔렸고 시행사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줬다.

그나마 지난해 분양을 완료한 시행사는 운이 좋은 편이다. 지난 2~3년간 서울의 대형 호텔이나 할인점을 비싼 값에 사들인 뒤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한 사업장은 앞이 보이질 않는다. 

브릿지론 대출 금리는 연 10% 이상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가만히 있어도 매월 수십억원의 이자가 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이곳을 개발하려고 해도 분양이 제대로 이뤄질 리가 만무하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죽고 앞으로 나가도 죽는 진퇴양난이다.

1년 전 까지만 해도 시장에는 근거 없는 낙관론자가 즐비했고 이들은 제대로 된 분석도 없이 결과적으로는 경솔하게 땅을 사들인 셈이 됐다. '남들이 강남에서 오피스텔 공급하니 성공하더라'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별다른 고민 없이 시행을 시작한 이들이 다수다. 

1년 뒤 시장은 무너졌고 이제는 혹독한 대가를 치룰 때가 됐다. 올 겨울 엄혹한 겨울이 찾아올 듯하다. 그 겨울에 살아남는다고 해도 내년에도 보릿고개는 계속 이어질 게 분명해 보인다. 이제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고 봐야 한다. 시장에서 대안주거도 사실상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