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뒷전' KCC, 여성 사외이사 없어
상장사 56% 이행…처벌 조항 없어 제도보완 필요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3일 16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C 사외이사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케이씨씨(KCC)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1명 이상 선임해야 하는 조항이 있음에도 여전히 여성 사외이사를 뽑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자본시장법(165조20)이 개정되면서 별도 기준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의 경우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할 수 없다는 조항이 삽입됐다. 


자본시장법 개정 첫해인 2020년에는 재계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2021년부터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나섰다. 올해 2월 기준 상장사 269개 중 이사회에 여성 임원을 선임한 기업은 151개로 56%에 달한다.


절반이 넘는 상장사가 여성 임원을 이사회에 선임했음에도 올해 1분기 별도기준 8조원의 자산총계를 보유한 KCC의 경우 이사회 전원을 남성으로만 꾸리고 있다. KCC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정자산이 13조원으로 재계 순위도 전년 대비 두 단계 오른 35위다. 


회사는 올해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여성 사외이사를 뽑지 않았다. KCC는 지난 3월 29일 주총을 개최하고 남성인 신동렬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신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었음에도 기존 사외이사 연임을 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조항이 자본시장법 의무조항으로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미이행시에도 별도의 처벌 조항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여성변호사협회는 "대기업에 한해 우선적으로 의무를 부여했는데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성별을 포함해 다양한 가치를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것은 처벌 여부를 떠나 당연히 지켜야할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주장했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지속가능센터 부대표는 "특정 성으로 이사회를 구성하지 않도록 한 것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권고한 사항이기 때문에 준수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다만 ESG경영 평가를 할 때 문항이 100여개 정도로 많아 이사회 다양성 항목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전체 점수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수목적으로 조달하는 사회적 채권의 경우 상징성을 갖고 있기에 평가시 일부 감점요인이 될 수 있지만 조달 금리 등에 크게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류호정 서스틴베스트 책임연구원은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그는 "유럽에서는 확실한 페널티 조항이 있다"며 "벌금이 있는 나라도 있고, 여성 이사가 없는 경우 이사회 공석이 발생했을 때 반대의 성별(남성) 이사를 선임하지 못하게 하기도 하며, 이사회 보수 지급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KCC 관계자는 "기존 이사진 구성의 잔여 임기 및 연임 여부를 고려해 차기 주총에서 여성 이사 선임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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