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회장, 취임 반년…주가·非은행 강화 '빈수레'
실적 부진에 주가 제자리 걸음…증권사 인수 등 경영성과 기대 못미쳐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6일 1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제공=우리금융지주)


[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그간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아직은 가시적인 성과를 평가하기에 이른 시점이지만 조직혁신 및 미래성장 추진을 본격화하겠다는 취임 당시 아젠다와 달리 눈에 띄는 체질 변화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임 회장이 자회사들의 영업력을 강조하며 조직개편과 인사를 실시했지만, 주력 자회사의 상반기 실적은 전년 대비 뒷걸음질 치거나 제자리 걸음의 모습을 보였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당시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겠다며 그룹 숙원인 증권사 인수를 공언했지만 구체적인 실행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우리종금과 우리벤처파트너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 시키고 우리자산운용‧우리글로벌자산운용을 합치는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지만 시장에선 그룹의 가치를 '레벨 업' 시키는 정도의 이벤트는 아니라는 반응이 나온다.


영업력 강조에도 주요 자회사 실적 '부진'


임 회장은 취임 후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실시하며 '영업력 강화'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영업력 강화보다는 조직문화 개선과 내부통제, 상생금융 등에 더욱 힘을 싣는 모습이었다.


올 상반기 우리금융지주의 지배기업지분 순이익은 1조539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7620억원) 대비 12.6%(2230억원) 감소했다. 타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자회사의 호조로 그룹 실적을 방어했지만, 우리금융은 증권 및 보험 계열사가 부재해 실적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임 회장 재임 기간 중 NH농협금융에 순이익 규모 4위 자리를 내어준 것이 뼈 아프다. 3위 자리를 다투던 입장에서 꼴찌 탈출이 급선무가 된 상황이다.


주력 계열사들의 이익 감소도 눈에 띈다. 그룹 실적에 가장 크게 관여하는 우리은행의 경우 상반기 순이익은 1조472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조5545억원) 대비 5.3%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우리카드 역시 1433억원에서 819억원으로 마이너스(-) 42.8%를 기록했으며, 우리금융캐피탈(-43.2%), 우리종금(-73.2%), 우리자산신탁(-4.6%) 등도 모두 감소세를 나타냈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은행의 경우 충당금 적립 이슈로 대손충당금이 증가한 반면 비이자이익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며 "다른 주력 계열사들도 시장 위축 등 업황이 악화돼 실적이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이 최근 기업금융 명가 재건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은행 조직을 정비하는 등 영업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비은행 부문 강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은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수익구조상 획기적인 실적 성장 효과는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 제자리 걸음…타 금융지주 대비 자사주 매입 '뒷북' 


임 회장 취임 후 우리금융지주 주가도 제자리 걸음 하고 있다. 실적 감소는 물론 비은행 계열사 인수도 지지부진한 탓에 주가 모멘텀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주주들 사이에선 임 회장이 과거 NH농협금융 회장 시절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이력에 우리금융도 비은행 강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지만 장기간 답보 상태에 답답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26일 종가 기준 우리금융의 주가는 전일 대비 1.69% 하락한 1만222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취임 당시(3월24일)와 비교하면 10%의 상승을 이뤘지만, 올해 초 1만3480원까지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과거의 주가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주가 부양을 위해 분기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발표에도 주가 움직임이 미미한 것도 주주 불만을 키우는 요소다. 기업가치 지표인 PBR(주가순자산비율)의 경우 우리금융은 0.29배로 4대 은행지주 중 가장 낮다. 시장에서 가장 저평가되고 있단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임 회장이 주주환원 확대는 물론 최근 자사주를 장내 매수하는 등 주가 부양을 위한 방도를 강구하는 모습"이라며 "다만 이미 타 금융지주 회장들이 자사주 매입에 선제적으로 나선데다 주주환원 확대 움직임도 한 발 빨리 내놨던 터라 시장에서 차별화된 모멘텀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