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프리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흥행 '기대반 우려반'
사업·실적 성장 뛰어나지만…IRA 변수 부각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6일 13시 3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사옥 전경(제공=에코프로머티리얼즈)


[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조 단위 몸값을 노리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대한 시장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 최대 전구체 양산능력에 힘입어 실적이 고성장한 점은 긍정적이나 현재 주식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몸값이 다소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차전지 산업을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도 부각되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얼어붙는 모양새다.


◆ 국내 최대 전구체 양산능력…실적 '주목'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오는 30일부터 내달 3일까지 5영업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총 공모 주식수는 1447만6000주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3만6200~4만4000원이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2조5746억~3조1293억원이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출처=증권신고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에코프로 그룹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계열사다. 하이니켈 전구체는 2차전지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양극재의 핵심소재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전구체(하이니켈 포함) 90% 이상이 중국에서 수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그룹 내 양극재 제조사인 에코프로비엠에게 생산 물량 대부분을 납품하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시장 지배력·성장성을 투자 매력도로 내세운다. 지난해 말 기준 에코프로머리티리얼즈의 하이니켈 전구체 생산능력은 연 2만8000톤으로 세계 8위(국내 1위)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6652억원, 영업이익은 389억원으로 전년대비 94%, 139% 각각 증가했다. 회사는 공모자금을 시설투자에 사용해 2027년 생산능력을 21만톤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출처=증권신고서)

지난해 8월 발효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수혜도 주목된다. IRA 법안에 따르면 배터리를 구성하는 핵심광물(양극재, 음극재 등)의 일정 비율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보조금을 지급한다. 우려외국집단(FEOC)에서 채굴·가공한 광물이 일부라도 포함되면 2025년부터 보조금 수령이 불가하다.


FEOC 가이드 라인은 올해 안에 발표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EV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중국이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중국 본토에서 생산하는 전구체는 사실상 미국 공급이 어려워진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원재료 매입부터 생산·유통 전 과정에 중국 업체가 배제된 독보적인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한 만큼,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IB업계 관계자는 "에코프로 그룹이 2차전지 생태계 전반에 걸친 자체 밸류체인을 구축하면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IRA로 중국 전구체 제조업체들이 타격을 입으면 독자 밸류체인을 구축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게 큰 호재가 될 수 있어 시장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2차전지 관련 기업 주가 '뚝'…美 대선 변수


변수는 주식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고 있다는 점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지난 4월 상장예비심사(예심) 신청서를 제출한 뒤 8월까지만 해도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그러나 시중금리 상승과 함께 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지며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보수적으로 변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비교기업으로 제시한 포스코퓨처엠과 엘앤에프의 주가는 8월 고점을 찍은 뒤 현재까지도 줄곧 내림세다. 이에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달 초 비교기업들의 기준주가를 새로 반영하면서 공모가 희망밴드 최상단을 기존 4만6000원에서 4만4000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출처=증권신고서)

강점 중 하나로 꼽힌 실적 성장세가 꺾인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매출 비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에코프로비엠의 3분기 매출은 1조830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5.4%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67.6% 감소했다.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에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실적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IRA 수혜도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구체 시장에서 점유율 최상위를 차지하는 중국 기업들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워서다.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도 국내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IRA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SK온, 중국 GEM과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도 화유(Huayou) 그룹과 손잡았다.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도 변수다. 내년 11월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IRA 폐지를 강조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전일(현지시간) '친트럼프 의원'으로 꼽히는 마이크 존슨 의원이 신임 하원의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투자자로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사업 역량과 별개로 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부담될 수 있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주식 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조정을 받았고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전기차 업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상반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라며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사업·성장성이 뛰어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시장 내 변수가 워낙 많아 무조건적인 흥행을 장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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