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 삼성화재, 자사주 매입·소각 주저하는 이유는
지분율 변동 시 삼성생명 자회사 편입 우려…불분명한 금융당국 기조도 영향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8일 16시 5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화재 역삼빌딩.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삼성화재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음에도 정부 주도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인 자사주 매입 후 소각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대주주인 삼성생명 등과 연결되는 지배구조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엇갈린 입장 역시 주주환원 확대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오는 20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지난해 실적에 따른 올해 배당금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삼성화재는 주당 배당금을 보통주 기준 1만6000원(우선주 1만6005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배당총액은 약 6802억원으로 전년도 5866억원보다 1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다만 관심이 모아졌던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 2월 열린 IR(기업설명회)에서도 관련 질문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비판을 키우기도 했다. 반면 같은 삼성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의 경우 자사주 매입·소각을 비롯한 주주환원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상반된 모습이었다.


삼성화재가 발표한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약 12% 증가한 1조8216억원이다. 연간 기준 사상 최대일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8953억원에도 맞먹는 수준이다. 2022년의 경우 삼성화재는 1조1414억원, 삼성생명은 1조583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기업의 직접적인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배당보다 더 확실한 기업 밸류업 방식으로 꼽힌다. 삼성화재의 경우 사실상 삼성생명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지만 이같은 방식을 주저하는 것은 삼성생명, 삼성전자와 연결된 지분 구조에 변동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화재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결정할 시 줄어드는 유통물량에 따라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오르게 된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현재 삼성화재의 대주주는 삼성생명으로 14.98%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삼성화재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할 경우 삼성생명의 보유 지분은 15%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경우 삼성화재가 삼성생명의 자회사로 편입된다는 점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타회사 발행주식의 15% 이상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15%를 넘길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자회사로 편입시켜야 한다. 자회사 편입 시 삼성화재의 실적 역시 지분율에 따라 삼성생명의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게 된다. 


자회사로 편입되면 삼성생명의 배당 규모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삼성그룹 일가와 직접적인 지분 관계를 맺고 있는 삼성생명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자회사 편입 자체가 그룹 총수일가의 배당금을 확대할 목적으로 읽힐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각각 10.44%, 5.76%다. 


주주환원에 대한 금융당국의 명확하지 않은 입장 역시 적극적인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을 막는 요인으로 지적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업들의 과도한 주주환원 정책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앞서 '코로나(COVID-19)'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금융사들에 과도한 배당 등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한 바 있다. 올해에는 보험사들에 동일한 권고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새 회계제도인 IFRS17이 본격 도입되면서 보험사들이 잇따라 역대급 수준의 실적을 내놓았지만 향후 실적 변동성이 여전히 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의 배당금 규모는 놓아졌지만 배당성향은 오히려 제자리걸음이거나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화재의 경우 올해 배당 성향이 37% 수준으로 추산된다. 앞서 배당 성향은 2019년 56.2%, 2020년 49.5%, 2021년 45.4%, 2022년 45.8%로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소각은 지분구조에 영향을 주는 이슈가 있다"며 "이 때문에 재계 대형그룹들은 주주환원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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