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불신에 ‘공매도 의혹’ 제기까지…끊이지 않는 청와대 청원


[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청와대 청원게시판이 주가하락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성토의 장이 되고 있다.


최근 한 바이오기업의 주가조작 의혹 조사 뉴스가 도화선이 돼, 청원게시판에는 투자 기업의 주가조작이 의심된다는 투자자의 호소가 지속되고 있다. 투자자의 청원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그간 상장사 경영진과 대주주 등이 허위정보 유포 등을 통해 주가를 조작한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경영진이 호재성 정보를 흘려 주가를 끌어올린 홈캐스트, 현대페인트 등이 있다. 이 중 통신장비업체 홈캐스트는 전 최대주주 장모씨와 전 대표 신모씨 등은 바이오산업에 진출한다는 호재성 정보를 흘려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26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들은 올해 2월 서울남부지법으로부터 각각 징역 1년6월, 징역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팍스넷데일리가 올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주식투자 및 상장사’관련 의혹 청원 13건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이 경영진 불신에서 비롯된 주가조작 의심이었다.


그 중 차바이오텍은 차광렬 차병원 그룹 회장의 사위인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의 주가 처분 관련, 미공개정보 이용 주식투자가 의심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이는 “관리종목으로 떨어지기 전, 고가에 차광렬의 사위가 대량 매도한 게 드러났다”며 “회사가 관리종목으로 떨어지는 아주 중대한 내부정보를 이용해 차광렬과 그 일당들이 대량 매도에 나섰을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은 지난 3월말 차바이오텍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 전, 보유 중이던 주식 8만2385주 전량을 처분하면서 미공개정보 이용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차바이오텍이 4년 연속 영업손실 내용을 담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던 시기와 맞물려 김 부사장이 내부 정보를 사전에 알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차바이오텍 주가는 1월 4만28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찍었지만, 관리종목 지정 당일인 3월22일 10.21%의 낙폭을 기록한 이후 2만원선까지 붕괴되며 현재 1만5000원선에서 머물러있다.


톱텍도 대주주의 주식 매도가 논란이 됐다. 톱텍의 청원글을 올린 이는 “대주주가 갑자기 보유주식을 매도해 15% 이상의 주가하락이 발생했다”며 “일반주주들은 아무런 대처도 못했다. 이러한 대주주의 기습거래에 의한 주주들의 피해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앞서 톱텍은 최대주주인 이재환 회장 외 2인이 보유한 지분 중 100만주를 4월24일 장 시작 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이에 이날 주가는 17.35% 급락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오랜 불만인 공매도 조사 요구 글도 많았다. SK텔레콤톱텍 인수 공시번복에 따른 주가하락, 영진약품의 주가하락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초 SK텔레콤톱텍 인수 공시 번복에 대해 청원글을 올린 이는 “24시간도 되지 않아 공시를 번복, 개인투자자들만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은 지난 1월16일 한국거래소로부터 톱텍 인수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받았고 이에 이날 장 마감 후 “톱텍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다음날인 17일 톱텍의 주가는 4만195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오전 중 SK텔레콤이 “지분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재공시하면서 주가는 15% 넘게 급락해 2만원선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눈에 띄었던 점은 52주 신고가 경신 전날인 16일 주가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공매도가 평소 대비 유독 급증했다는 점이다. 그간 공매도 거래대금이 3억원 안팎이었지만, 16일 당일에는 32억4200만원으로 폭증했다. 거래소가 나서 과열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영진약품주식을 2년 넘게 보유했다고 밝힌 청원자는 “자산의 많은 부분을 투자한 종목인데 그간 공매도 세력에게 놀아났다”며 “주가조작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파헤치고, 종목 자체를 상장폐지 시켰으면 한다”고 밝혔다.


영진약품은 6월말 기준 공매도 잔고 비중 상위 24위에 올라있으며, 공매도 잔고금액은 400억원, 공매도 잔고수량은 574만주에 달했다. 지난 5월23일에는 공매도 거래량이 직전 거래일(6만7768주)보다 3배 늘어난 19만4495주를 기록하며, 이날 2% 넘게 상승 출발한 주가가 2.55% 밀리며 하락 마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자본시장은 신뢰가 최고의 가치라 할 수 있는데 일부 기업의 비도덕적인 행태가 투자자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기고 있다”며 “불신으로 인해서 자본시장의 발전이 저해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등 관련 기관들이 전반적이면서 깊이 있게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이를 통해 계속 시장에 경고를 줄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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