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 영실업 매각후 한국 떠나나
2014년 한국 사무소 설립 이후 뚜렷한 성과 내지 못해


[딜사이트 권일운 기자]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의 영실업 매각이 한국 사모투자 시장 철수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PAG의 사모투자 부문은 영실업 인수합병(M&A)을 제외하면 한국 시장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PAG는 영실업 매각 이후 한국에서의 사모펀드(PEF) 투자를 접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 철수가 현실화된다면 영실업은 PAG의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 투자 포트폴리오로 남게 된다. PAG는 사모투자와 헤지펀드(절대수익 창출), 부동산 등의 사업부를 둔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지만 한국 시장에서 부동산을 제외하면 꾸준한 투자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PAG가 한때 한국 시장에 상당한 공을 들였지만, 경쟁자들 사위에서 비교 우위를 얻기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며 "영실업 매각을 끝으로 한국 사모투자 시장에서는 더이상 활동하지 않을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계 PEF 운용사인 PAG는 지난 2014년 서울 사무소를 설립했다. 초대 사무소장은 칼라일 출신의 앤디 신씨가 맡았다. PAG는 서울 사무소 설립 직후 영실업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을 성사시키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대우건설과 코웨이, 대성산업가스 등 다양한 M&A에 출사표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후속 투자는 잇따라 불발됐다. 결국 앤디 신 사무소장은 PAG를 떠났고, 서울 사무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했다. 사모투자 업계에서는 앤디 신 사무소장의 이탈을 계기로 PAG의 한국 시장 철수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영실업 매각은 이같은 PAG의 내부 사정과 펀드 만기 등이 맞물려 이뤄졌다. 2015년 당시 영실업을 2200억원에 인수한 데 활용된 펀드는 약정액 대부분을 소진한 상태에서 투자금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펀드의 청산을 위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영실업 지분을 현금화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IB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올 상반기 단행된 영실업 인수금융 차환(리파이낸싱) 역시 매각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성격이 짙었다. PAG는 리파이낸싱을 통해 배당 재원 약 500억원을 마련해 인수 대금 가운데 약 4분의 1 가량을 회수했다. 펀드 출자금(에쿼티)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투자금의 절반을 리파이낸싱으로 회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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