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산켄전기, LG家 ‘지흥’ 후순위 출자
IBKS 세미콘 PEF LP 참여…최종 인수·합병위한 풋옵션도 계약

[딜사이트 박제언 기자] 일본의 산켄전기(Sanken Electric)가 LG그룹 일가의 개인회사였던 지흥의 원매자로 등장했다. 지흥 인수를 염두하고 사모투자펀드(PEF)에 출자자로 참여했다.


19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산켄전기는 ‘아이비케이에스세미콘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IBKS세미콘PEF)의 후순위 유한책임출자자(LP)로 출자했다.


IBKS세미콘PEF는 지흥의 지분 100%와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결성된 프로젝트펀드다. IBK투자증권이 운용사(GP)로 지난달말 약정총액 160억원으로 결성됐다.


다만 이번 지흥 인수거래는 PEF 청산 이후의 인수자까지 정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후순위 LP로 참여한 산켄전기가 향후 지흥을 인수하기로 했다. PEF는 산켄전기에 지흥 지분 100%를 조기상환청구(풋옵션, Put Option)할 수 있는 계약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켄전기는 1946년에 토호산켄전기로 설립된 후 1961년 도쿄증권거래소 제2부에 상장됐다. 상장 이듬해 산켄전기로 법인명을 변경했다. 1986년 한국 서울에 영업소, 2000년에는 ‘산켄엘렉트릭코리아’ 법인도 설립했다.


이번 지흥 인수거래에 참여한 곳은 일본 산켄전기 본사다. 산켄전기에서 제조한 전력반도체 칩을 지흥에서 모듈화하고 이를 LG 전자 등 가전제품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제품유통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본 산켄전기가 직접 이번 거래에 참여했다”며 “PEF의 LP로 참여해 지흥에서 새롭게 시작한 사업이 안정화되는 것을 확인한 후 최종 인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향후 지흥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다른 LP보다 불리하더라도 출자를 약정했다는 설명이다.


지흥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은 PEF명 ‘IBKS세미콘기업재무안정’에서 유추할 수 있다. IBKS의 경우 IBK투자증권에서 결성하는 펀드에 대부분 들어가는 접두사다. 뒤이어 나오는 단어 ‘세미콘’이 펀드의 성격을 말한다. 세미콘은 반도체를 의미한다. 지흥의 신규사업은 반도체, 세부적으로 전력반도체 관련 사업이다.


지흥의 기존 최대주주인 구형모 씨는 디스플레이용 광확필름 사업 용도로 지흥을 2008년 4월 설립했다. 하지만 2015년 광학필름 사업무문을 창성시트로 매각하며 본업을 접는다. 이후 2016년 자동차 엔진부품사 제인에스쏠리텍에서 센서사업을 양업양수하며 체질개선에 나섰지만 센서사업부문도 지난해말 동양센서로 매각했다. 이후 올해부터 전력반도체 관련사업을 새롭게 추진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흥은 올해부터 전력반도체 관련 사업을 시작해 실적은 그닥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내년부터 관련 매출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흥의 실적은 지난해 매출액 8억6700만원, 영업손실 45억8100만원, 당기순손실 43억5500만원으로 집계됐다. LG화학 등과 내부거래로 2012년에는 매출액 1263억원, 영업이익 84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되며 실적이 꺾이기 시작했다.


재계와 IB업계에서는 구형모 씨의 지흥 매각을 LG그룹의 계열분리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IBKS세미콘PEF에 지흥을 매각한 구형모 씨는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아들이다. 이번 거래로 지흥 지분 100%를 매각하며 153억원을 확보했다. 다만 설립 초기나 추가 자금 수혈 등 60억원을 출자한 점을 고려하면 90억원정도의 매각 차익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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