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기여' 꿈꾸는 사교육업체 비상교육


[김진욱 기자] "교육 트렌드는 티칭(teaching)에서 코칭(coaching)으로 바뀔 것이다."
비상교육 양태회 대표가 즐겨 사용하는 말 중 하나다. 아이들은 양질의 교재를 보고 스스로 공부하고, 선생님은 교단 대신 책상 옆에서 개별 관리해주는 교실을 꿈꾸는 것. 이런 환경이 가능하려면 책만 보고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자율학습용 교재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 비상교육이 교재 출판과 교육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는 이유다.



1992년 학부를 졸업하고 보습학원을 차린 양태회 대표(사진)는 학원 운영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지역별로 학원 선생님의 양적·질적 편차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 교육 서비스가 집중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학업 성취도 격차는 점점 벌어지는 상황이었다.



교육 시장에서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양 대표는 출판사를 설립하고 강사용 교재 '한끝(한 권으로 끝내기)'을 1998년 출간했다. 우수한 강사용 책을 만들면 선생님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져 지방 학생들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가 펴낸 한끝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최단 기간 1000만권 판매 돌파라는 기록을 세운 것. 한끝은 수도권 학원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한끝은 브랜드 선호도 1위에 오르며 타 출판사들이 학원용 교재를 잇달아 출간하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한끝으로 국내 교육 시장의 질적 성장에 일정 부분 기여한 양 대표는 '의미 있는 일'을 하나 더 해냈다. 자율학습용 교재 '완자(완벽한 자율학습서)'를 2005년 출간한 것. 경기 침체로 학원 수요가 감소하던 당시 선생님 강의를 옆에서 듣는 듯한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담은 완자는 자습 수요를 제대로 파고들었고, 올해 초 누적 판매 2000만권을 기록했다.


이후 저렴한 비용에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을 고민하던 비상교육은 인터넷강의사이트 '수박씨닷컴'을 론칭했다. 비상교육은 수박씨닷컴을 통해 저렴한 수강료로 지리적 제약 없이 양질의 수업 환경을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2009년에는 교과서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공교육 기여' 의지를 담아 콘텐츠 혁신을 이룬 비상교육 교과서는 지난해 책당 발행부수 1위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자기주도학습형 영어학원 '잉글리시아이(EnglishEye)'의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입시용 영어가 아닌 보고 듣고 말하는 '입체적 영어훈련'을 지향한다. 양 대표의 '코칭학습론' 시스템이 적용돼 학생들은 태블릿 PC를 보며 스스로 공부하고, 선생님은 학습 지도와 관리를 한다. 잉글리시아이는 사업 시작 6개월 만에 180개 학원과 가맹을 맺었고, 곧 200호점 계약을 앞두고 있다.


비상교육은 사옥이 위치한 구로구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고교 선생님을 대상으로 '진학지도 특강을 무료로 개최하고 있다. 인근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구로구의 학업 성취도와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2012년 시작된 구로구와의 협업은 교육컨설팅에서 입시컨설팅(대학입시설명회)까지 확대된 상황. 이 행사들은 신청자가 몰려 추첨을 통해 대상자를 선정한다.


앞으로 비상교육은 교과서 사업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공교육의 근간이 되는 교과서를 우수한 콘텐츠로 저렴하게 발행해 공교육에 기여하겠다는 뜻. 비상교육 관계자는 "비상교육은 학교에서 요구하는 수요자 중심의 학습 교과서를 개발해 공교육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교과서의 질을 높이고, 공부가 즐거운 수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비상교육은 올해 1분기 매출액 300억원,영업이익 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 감소, 영업이익은 66%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 개선에는 고등 온라인 강의 서비스 '공부엔진' 등 적자사업 철수와 판매관리비 축소 등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매출액은 1368억원, 영업이익은 166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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