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DF 시대]
10조 찍고 35조 향하는 '연금대장'
①2년 새 7조원 급증, 근퇴법·디폴트옵션 겹호재 맞아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8일 10시 1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연금상품의 대장격인 TDF(타깃데이트펀드)가 '꽃길'을 예고하고 있다. ETF(상장지수펀드) 못지않은 인기몰이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등 겹호재를 타고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35조원 시대를 맞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17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 TDF 순자산 규모(16일 기준)는 10조6558억원으로 11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2020년까지만 해도 4조원 규모였던 TDF 시장이 2년 만에 두 배 이상 커진 것이다. 국내 TDF의 역사가 10년 남짓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압축 성장을 한 셈이다. 퇴직연금 펀드를 상징하는 상품으로 자리매김한 TDF는 2011년 6월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선보인 라이프사이클펀드(현 미래에셋자산배분TDF2040)를 전신으로 한다.


TDF란 투자자의 생애주기에 맞춘 솔루션 펀드를 일컫는다. 자산 배분 설계도면인 글라이드패스(Glide Path)를 적용해 은퇴 시점이 오래 남아있을 때는 위험자산인 주식을, 은퇴시점이 다가오면 안전자산인 채권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TDF를 갖추고 있는 운용사가 늘었다는 점도 관련 시장의 성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래에셋운용에서 1호 TDF를 선보이고 나서 5년이 지날 때까지 해당 펀드를 내놓은 운용사는 2곳에 불과했다. 하나UBS자산운용(2014년 9월)에 이어 삼성자산운용(2016년 4월)이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이후 신한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순으로 대형사의 참전이 이어졌고 교보악사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과 같은 중형사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처럼 10년여의 역사를 자랑하는 TDF는 현재 16개 운용사에서 124개(대표펀드 기준) 펀드를 운용 중에 있다.


TDF를 운용 중인 운용사 현황

업계에서는 현재 10조원 수준인 국내 TDF 시장이 매년 20~30%식 성장해 5년 뒤 35조원 규모에 다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퇴직연금 제도가 TDF와 연계성이 높은 DC형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12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300인 이상 기업은 DB형 적립금 운용위원회를 의무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또한 2028년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제도가 의무화 되면 DB형 유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추가적으로 나올 것이란 전망도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한다. DB형 운영에 부담이 커지는 사업장 입장에서 소속 근로자에게 DC형을 권할 여지가 커지는 까닭이다.


TDF를 둘러싼 호재는 이뿐 만이 아니다. 당장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디폴트옵션은 TDF 수요 급증을 불러올 트리거(결정적 요인)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DC형이나 IRP(개인형) 가입자는 자동으로 투자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연결된다. 만약 가입자가 특별한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원금보장형이 아닌 TDF, 혼합형 펀드와 같은 상품에 투자된다. 연금 선진국인 미국의 사례 역시 'TDF 전성시대가 열릴 것'이란 예고가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의 경우 2006년 디폴트옵션이 도입되고 나서 연간 25%의 성장을 이어갔다.


제도 변화와 더불어 TDF 라인업이 확장되고 있는 점도 'TDF 35조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낳는 대목이다. Z세대에 해당하는 1990년대 중반 생들이 사회에 유입되면서 이들을 위한 빈티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은퇴시점을 2055년과 2060년에 맞춘 TDF의 출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4개 운용사(삼성·KB·한투·IBK)에서 TDF2055를 운용 중인 가운데 NH-아문디자산운용이 'NH-Amundi 하나로TDF2055증권투자신탁'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만 내놓은 TDF2060과 경쟁할 상품을 다른 운용사에서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TDF는 규모 면에서 ETF(상장지수펀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운용사의 주요 먹거리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라며 "외국계 운용사와의 제휴 관계를 끝내고 독자 운용을 선언하는 하우스가 늘고 있다는 점도 국내 TDF 시장이 도입기를 지나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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