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시장 세계 1위 노리는 LG화학, 관건은
단기 자금부족 현상 우려…전지부문 수익성 확대 주목


[딜사이트 정혜인 기자] LG화학이 전지, 기초소재 사업부에 투자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전 세계 배터리 시장 성장 기대감과 우량기업의 회사채 물량이 풀렸다는 소식에 시장은 반기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LG화학이 작년과 올해 설비투자로 10조원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단기적으로 자금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제기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배터리, 납사분해시설(NCC)에 현금창출력을 넘어서는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7년 2조 5000억원 수준에 달했던 설비투자(CAPEX)는 2018년 4조원, 2019년 6조원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특히 배터리 사업 투자는 2017년 1조원, 2018년 2조원에서 올해 3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기자동차(EV) 배터리 수주 잔고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7년 말 42조원에 달했던 수주잔고는 작년 말 85조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기존 35GWh였던 생산능력(CAPA)을 올해 말 두 배에 달하는 70GWh로 확장할 계획이다.


LG화학은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최근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는 회사채 시장은 신용등급 AA급 우량기업의 회사채 물량이 쏟아진다는 소식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LG화학은 당초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가 수요예측 과정에서 신청이 과하게 몰려 발행규모를 1조원으로 증액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자금 부담이 확대하면서 차입금이 큰 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가 급격히 증가했던 2015년 연결 기준 2조 6587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은 지난해 9월 기준 5조 2998억원으로 늘었다. 이 중 단기차입금은 2조원에 달했다. 앞으로도 큰 규모의 투자가 남아 있어 추가적인 자금 조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점도 눈길을 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LG화학은 2017년 1조 2408억원에 달했던 FCF가 지난해 9월 기준 -1조 1885억원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현금 유입 규모를 나타내는 FCF는 플러스(+)이면 미래에 채무 상환이나 사업 투자에 쓸 재원이 풍부하다는 것을 뜻한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면 자금이 부족했고 이를 외부에서 조달했음을 의미한다.


이인영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해 이후 전지 분야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자금 부족 현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중단기적으로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 차입금 확대에 따른 재무부담 증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소재 부문은 석유화학 산업의 업황 둔화로 수익성이 호황기 대비 다소 저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전지부문은 증설, 수주 확보로 매출 및 영업이익의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큰 규모의 차입금 확대에도 우수한 현금창출력, 풍부한 현금성자산을 바탕으로 재무구조는 탄탄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연평균 3~4조원대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을 창출해왔다. 현금성자산은 연결 기준 2015년 2조 7150억원에서 작년 9월 3조 4974억원으로 증가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선두주자인 LG화학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배터리 부문 수익성을 빠르게 회복하면서 자체 투자 여력을 확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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