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개미보고서②] 주식농부 “좋은 투자처는 일상에 있다”


[딜사이트 공도윤 기자] 박영옥, 농심투자법의 핵심은 “성장하는 기업과 이익 공유”


‘종잣돈 4500만원을 2000억원대로 불린 투자자’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그 탓에 올해 그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금융당국 조사설이 돌면서 보유 종목인 조광피혁, 대한방직, 와토스코리아, 아이에스동서, 디씨엠, 삼양통상 등이 줄줄이 급락했다.
주식시장에 몸을 담고 투자를 시작한지 20년이 넘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가 어떻게 투자해 왔는지 보다는 ‘얼마나 벌었냐’에만 관심을 갖는다. 여기에 의심스러운 눈길을 추가해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공개된 투자법은 단순하다. ‘주식농부’라고 불리는 그는 “농부가 곡식을 수확하듯, 좋은 볍씨(기업)를 골라 오래 정성껏 투자하는 것”이 비법이라고 말한다. 특별한 비법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꽤 실망스런 투자법이다. 물론 농부가 농사 비법을 안다고 해서 매년 풍년을 맞을 수는 없을 테지만 말이다.


좋은 볍씨부터 골라라


단순해 보이지만 그는 확고한 투자철학 아래 그 투자법을 일관되게 따르고 있다. 늘 “기업과 동행하라”고 조언하는 그는 “좋은 기업을 골라 장기간 함께하면서 성과를 공유하라”고 말한다.
문제는 ‘좋은 기업’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는 좋은 볍씨(기업)를 고르는 여러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먼저 건강한 재무구조와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음은 경영자다. 동행할 수 있는 기업인지 따져보려면 무엇보다 CEO가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은 필수 조건이다. 이제 막 성장하는 기업은 기존 기업들과 비교해 재무상태가 다소 좋지 않더라도 사업 모델이 좋으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도 투자 포인트 중 하나다. B2B(기업간 거래) 보다는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관련 기업을 높게 평가하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가치 있고 필요성이 느껴지는 사업을 하는 종목을 사들였다”면서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자신만의 기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볍씨는 일상에서 찾아라


박 대표는 “투자할 종목의 단서는 먹고 마시고 즐기는 일상에 있다”며 “투자자의 눈으로 보면 가치 있는 기업들이 많다”고 전했다.
2000년에 보유해 2배 이상의 차익을 거둔 농심도 중국에 라면을 수출한다는 사실에 주목해 투자했다. 2001년에 투자한 보령제약은 고령화에 따른 제약산업 성장에 주목했다. 면세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에 주목해 호텔신라에 투자하기도 했다.
여전히 그는 저금리와 고령화에 주목하고 있다. 저금리로 주식투자 문화가 확산되면서 금융주를 유망하게 보고, 고령화로 제약, 바이오, 레저주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박 대표는 “고령화 흐름에 주목해 보유한 종목이 삼천리자전거, 알톤스포츠”라고 설명한다.



한 품종만 고집하지 말라


박 대표는 업종간 균형 있는 투자를 조언한다. 그는 “과거에는 대기업 위주의 투자가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최근 떠오르는 핀테크 산업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래 산업이나 성장주에만 투자하라는 것이 아니라”며 “굴뚝산업 등 전통산업도 고르게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소통하라


투자한 기업과 오랜 시간 동행하기 위해서는 ‘소통’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집에 앉아 주가만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업을 볼 수 있는 현장을 둘러보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라고 조언한다.
구체적으로 그는 “공장 견학을 신청해 현장을 둘러보고, 그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고, 주변에 있는 음식점 등을 찾아 그 기업에 대해 물어보라”고 말한다.
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사이트에 올라오는 사업보고서를 확인하고, 회사 담당자를 통해 상황을 관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 그는 자신만의 기준과 철학으로 종목 매수 이전에 3~4년간 기업을 분석하고, 주가가 저렴한 구간에 있을 때 매수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시간을 내편으로 만들라


투자 종목에 확신을 가졌다면 이제는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그는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그도 처음부터 장기투자를 했던 것은 아니다. IMF 이전에는 소위 잘나가는 증권맨이었지만 외환위기로 투자했던 주식들이 폭락하면서 관리하던 고객들 계좌마저 큰 손실을 기록했다. 실의에 빠졌던 그는 재기를 위해 다시 주식투자를 시작했고 이후 투자방식을 바꿨다. 직접 기업탐방에 나서 10년 이상 투자할 기업을 찾았다. 그때 보유한 종목이 대동공업과 조광피혁이다.
박 대표는 “기업의 가치가 아닌 주가만 보면 상승과 하락에 늘 불안하기 마련”이라며 “자신이 선택한 기업을 신뢰하고 인내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귀동냥과 차트 투자를 멀리하라고 주장한다. 공포와 불안이 커져 주식투자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소문에 주식을 사고, 차트를 보며 매매 시점을 판단하는 것은 주식 초보자가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소문이 정확한지 알 수 없고, 주가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도 힘들기 때문에 투자하는 내내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여윳돈으로 투자할 것을 강조한다. 그는 “단기자금으로는 느긋하게 장기투자 할 수 없다”며 “우량한 기업 중에는 유동성이 부족한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들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다시한번 “투자수익은 투자원칙을 얼마나 잘 실행했느냐에 따른 결과”임을 강조하며 “단기매매로 이윤을 남기는 ‘주식투기’가 아닌 가치 있는 기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해 기업을 발전시키고, 그에 따른 보상을 나누는 진정한 의미의 ‘주식투자’를 하라”고 전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