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야심작 제주용암수…월매출 4억
‘3위 도약’ 다짐했지만 제대로 생산조차 못 하는 처지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5일 18시 1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11월 열린 오리온 제주용암수 기자간담회에서 허인철 부회장이 신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컸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은 지난해 말만 해도 ‘오리온 제주용암수’(제주용암수)를 세계 최고 생수기업인 에비앙과 경쟁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제주용암수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사업 초기인 점을 감안해도 월 매출이 4억원에 불과할 만큼 극도의 부진에 빠져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용암수법인의 올 1분기 매출은 12억300만원으로, 월평균 4억1000만원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오리온은 앞서 작년 11월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제주용암수를 업계 '빅3'로 성장시키겠단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현재 같은 추세라면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다. 현재 3위 사업자인 농심백산수 생산법인인 농심연변광천음료(149억원)와 매출액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생수 업계는 제주용암수가 단기간 백산수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생수 사업을 시작할 당시 과욕을 부린게 화근이 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오리온과 제주용암수 취수지를 관리하는 제주도청은 ▲일 취수량 300톤 ▲해외판매 및 국내 B2B·온라인 판매 허용 ▲국내 오프라인 판매 불가 등을 골자로 한 가계약을 맺은 상황이다. 당초 제주도청은 오리온에게 일 취수량을 조금 줄이는 대신 국내 오프라인 점포 판매를 허용을 제안했다. 하지만 오리온은 이를 거절했다. 중국 등지에서 쌓은 유통 노하우를 통해 성공할 자신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오리온의 이 같은 결정은 뼈아픈 실책이 됐다. 주요 판매채널인 오프라인에서의 사업기회를 스스로 발로 차면서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화마로 인해 수출도 애를 먹고 있어서다. 게다가 생수 사업이 초기 설비투자만 끝마치면 낮은 원가율로 상당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보니 롯데칠성, 농심, 동원, 하이트진로 등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사업자도 다수 진출해 있는 레드오션 시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리온의 예상과 달리 제주용암수가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연초 기준 제주용암수의 일 취수량이 10톤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리온은 이에 최근 제주도청에 취수량을 200톤으로 줄이는 대신 국내 오프라인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내용의 정계약을 준비했다. 그러나 제주도청이 오리온의 이 제안을 거절하며, 양측은 현재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정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아직 정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라면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오리온은 가계약대로만 제주용암수를 생산·판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오리온 관계자는 “제주도청과 연관된 사안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올 1분기 제주용암수의 순손실은 7억9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판매부진으로 생산공장의 문을 닫아 고정비를 아낀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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