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티빙' 합병 논의, 잠정 중단 이유는
결정권 쥔 CJ ENM, 실익 없다 판단...SK스퀘어는 여전히 합병 '가능'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6일 17시 1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지주사 간 합의는 마쳤지만 티빙을 실제 소유한 CJ ENM이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회사를 합치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서다. 다만 SK스퀘어는 여전히 단일 플랫폼으로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CJ ENM의 결정에 따라 관련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은 열려있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 티빙 지분 48.9%를 보유한 CJ ENM이 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CJ ENM은 웨이브와 티빙을 합병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미미하다고 봤다. 합병 대신 자체 콘텐츠 제작 및 서비스 개선에 힘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웨이브에서 얻을 수 있는 콘텐츠가 제한적이라고 봤다. 자체적인 콘텐츠도 생산하는 티빙과 달리 웨이브는 KBS·MBC·SBS 등 공중파 콘텐츠를 중심으로 플랫폼이 운영된다. CJ ENM은 이 같은 운영 구조는 시장 경쟁력 및 사업 지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논의는 지주사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웨이브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와 티빙의 지주사인 CJ가 두 회사의 합병을 먼저 논의하고, 그 의견을 CJ ENM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국내 OTT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토종 플랫폼의 활로를 모색하자는 차원에서다.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며 토종 OTT 플랫폼이 앞으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두 지주사가 합병쪽으로 의견을 모으는데 힘을 보탰다. 지난해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1191억원, 12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 대비 손실 규모가 56%, 117%씩 늘었다. 두 회사의 적자는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턴어라운드(흑자전환)를 이루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꼽는다. 하지만 OTT 플랫폼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자금력을 앞세운 넷플릭스가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상황에서 토종 플랫폼의 극적인 점유율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합병 등과 같은 방식이 논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CJ ENM이 회사를 통합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합병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SK스퀘어는 여전히 합병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합병에 찬성한 CJ와 실익을 고려해야 하는 CJ ENM이 의견차만 좁힌다면 언제든지 관련 논의가 재개될 수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지주사 간 합의가 있었어도 실제 결정을 내리는 것은 CJ ENM이기 때문에 관련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며 "CJ ENM은 티빙을 회사의 중요한 사업 중 하나로 보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웨이브의 밸류에이션, 지배구조 등과 같은 문제가 해결된다면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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