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결국 'CAPEX 축소'
"대규모 회사채 발행 앞두고 발표 자제…'설비 과잉'에 CAPEX 줄일 수밖에"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9일 18시 0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제너럴모터스 배터리 합작 공장 공사 현장 (제공=LG에너지솔루션)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올해 자본적지출(CAPEX)을 축소키로 결정했다. 전반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캐즘이 심화됨에 따라 당초 지난해와 동일 수준의 CAPEX 투자를 진행하겠다던 계획을 철회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LG엔솔이 내부적으로는 올해 CAPEX를 줄이기로 결정해 놓은 상태였지만 대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뒀던 탓에 투자 규모를 뒤늦게 밝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LG엔솔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창실 부사장은 지난 25일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필수적 신증설 투자는 선택과 집중으로 계속하되, 우선 순위를 철저히 따져 투자 규모 및 속도 조정으로 CAPEX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해도 전년과 유사한 규모(약 10조9000억원)의 CAPEX를 집행하겠다고 선언한 지 3개월 만에 번복된 입장이다. 


이에 대해 LG엔솔 관계자는 "그간 시장 변화에 따라 여러 방안을 고려하게 되면서 CAPEX 계획을 수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LG엔솔의 CAPEX 감축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LG엔솔이 정상적 경영 환경이라면 CAPEX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실적 저하로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데, 오버캐퍼시티(설비 과잉) 심화로 놀리는 라인이 늘면 손해만 막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년 수준의 CAPEX여도 운영 비용(OPEX)이 동반 증가할 텐데 재무 구조가 개선되겠냐"고 반문했다. 


실제 LG엔솔의 생산 능력은 2022년 46조6181억원 규모에서 2023년 55조6368억원 규모로 20% 가까이 늘어났지만, 평균 가동률은 73.6%에서 69.3%로 떨어졌다. 이러한 가운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 2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경우 전년 동기 대비 75.2% 쪼그라든 1573억원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 공제(AMPC) 1889억원을 빼면 -316억원이라 사실상 적자 전환이다.


업계 관계자는 "CAPEX 축소를 밝히면 회사채 발행에 불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본다"고 꼬집기도 했다. CAPEX 감축은 곧 업황 축소를 인정하는 셈이므로, 회사채 발행 전 발표했다면 수요 흥행이나 우호적인 금리 적용이 힘들었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LG엔솔은 지난 2월 공모채 1조6000억원 공모채를 발행했다. 단일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당초 8000억원 발행을 계획했지만 수요 예측에서 5조6000억원 이상이 몰리며 증액 발행했다.


반대로 삼성SDI는 올해 CAPEX 증가가 예상되는 데 대해서는 "방향성이 맞다"는 진단이 나왔다. 박 교수는 "삼성SDI 경우 P5, P6 배터리 개발을 끝마친 데 따라 신제품을 양산할 시설을 신증설해야 하므로 CAPEX를 늘리는 게 맞다"며 "(양산 준비를 마친)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는 합작 공장을 통해 생산할 것이기 때문에 공장을 신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주요 고객사인 BMW와 스텔란티스의 전기차 판매 실적이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도 (생산 능력 확대는)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LG엔솔의 상황은 다르다. 삼성SDI처럼 새로운 배터리를 출시한 게 아니기에 신증설은 기존 제품이나 기제품을 복제한 수준의 배터리를 양산하는 데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교수는 "LG엔솔은 다양한 제품군이든, 지역별 고객사별 대응이 가능한 신기술 적용 배터리든 생산할 라인을 까는 것도 아니고, (전기차용)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 생산 설비를 놓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또 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의 최대 고객사는 미국 테슬라이며, 다음으로 현대자동차, 독일 폭스바겐, 미 제너럴모터스(GM) 순이다. 그러나 합작 공장 규모가 가장 큰 고객은 아이러니하게 GM인데, GM 경우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박 교수는 "LG엔솔 경우 GM 차라도 팔려야 신증설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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