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엑스 산 넘어 산…승자의 저주냐 여유냐
재무·사업성 미숙 vs 자금유치 여건 확보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1일 18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이 28㎓ 주파수 경매 출혈경쟁 끝에 제4 이동통신사로 선정되면서 승자의 저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스테이지파이브]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이 28㎓ 경매 출혈경쟁 끝에 제4 이동통신사로 선정되면서 '승자의 저주'로 귀결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스테이지엑스가 과거 이통 3사 주파수 대금보다 2배 높은 가격으로 낙찰한 것은 물론, 이동통신 사업 경험이 없고 자금조달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달 31일 5G 28㎓ 주파수 대역을 최종 낙찰 받으며 '제4 이통사' 출범을 알렸다. 앞서 세종텔레콤이 경매 첫 날 중도 이탈한 뒤 마이모바일컨소시엄과 치열한 2파전을 펼친 결과다. 


스테이지엑스는 5일차 최종 입찰에서 마이모바일컨소시엄보다 약 2000억원의 파격적인 금액을 베팅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낙찰가는 4301억원이다. 이는 2018년 이통 3사가 28㎓를 낙찰 받은 가격(2070억 원)을 2배 이상 상회한다.


이는 업계 일각에서 '승자의 저주'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까닭이다. 과거 28㎓ 낙찰가 수준인 1000~2000억원대의 전망치를 한참 뛰어 넘으면서 재무 부담이 심화할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 컨소시엄의 주축 업체인 스테이지파이브는 2022년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는 상태다. 주력인 알뜰폰 사업 등에서 막대한 순손실이 발생하면서 결손금이 누적된 결과로 풀이된다. 


아울러 2022년 기준 마이너스(-) 1657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결손금이 1812억원에 달했던 것과 무관치 않다. 아울러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31억원, 단기채무 능력 지표인 유동비율도 같은 해 11.1%에 불과했다. 


최근 재무적 투자자인 신한투자증권과 협력해 8000억의 투자를 확보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업계에선 기존 이통 3사와의 장기 레이스를 위해 최소 초기 자본금 3조원, 중장기 자금 10조원 가량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건비·마케팅·망 증설 등 막대한 부수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시한 '기지국 6000대' 구축 의무만 해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1대당 3000만원으로 단순계산하면 최소 1800억원이 필요하다. 28㎓ 주파수는 속도가 빠른 반면 전달 거리가 짧아 보다 촘촘한 기지국 구축이 필수적이다. 스테이지엑스가 과거 수익성 문제로 중도 이탈한 이통 3사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최소 구축 의무를 한참 뛰어넘는 기지국을 구축해야 하는 셈이다.


아울러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가 이뤄진다면 이통 3사와의 마케팅 출혈경쟁도 불가피해진다. 결국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최대 4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세액공제는 초기 최소 자본금만 가까스로 충당하는 셈이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통신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선 적어도 2~3조의 자금이 필요한 데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에서 수면 위로 드러나있는 곳은 신한투자증권 뿐"이라며 "신한투자증권도 FI(재무적투자자) 특성상 4~5년 안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테이지엑스가 내세우는 진짜 5G에서 성과를 내려면 기지국을 한참 늘려야 하는데 28㎓는 단말기 수급도 어려워 수요 없는 공급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알뜰폰 사업자인 스테이지파이브가 이동통신 사업 경험이 전무해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 사업과 망 소·도매를 같이해야 하는 이동통신 사업은 성격이 크게 다르다"며 "스마트스토어처럼 공급자로부터 상품을 받아 운영하는 노하우가 전혀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투자 시장에선 주파수 확보 자체만으로 투자 심리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사업성 확보 여부는 자금유치 이후 문제라는 의견이다. 


시장 관계자는 "주파수 확보 자체가 미래 성장과 현금흐름을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다는 점은 (시장에) 널리 알려져 있다"며 "최종 입찰에서 수천억원을 과감하게 베팅한 점이 승자의 여유로 비춰질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테이지엑스는 우선 KAIST·연세의료원 등 전문 기관과 서비스 실증을 통해 사업성을 순차적으로 증명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스테이지엑스 관계자는 "입찰가 보다 제4이통사 자격을 획득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며 "28㎓ 주파수를 독점으로 사용함에 따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와 부가 가치를 반영해 경매가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자본잠식 등 재무 건정성 우려에 대해선 "당시 대부분이 상환전환우선주 때문에 인식된 부채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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