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브랜드를 이끄는 종목명의 가치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6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세연 차장] 지난 2월초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피비파마는 한달도 안돼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로 종목명을 변경했다. 상장직후 종목명을 변경한 사례는 유래없는 일이다. 


회사측은 연이어 상장을 앞둔 관계사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와 통일성을 강조하고 사업영역을 명확히 표현하기 위한 조치란 입장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종목명 변경은 흥행 실패를 막기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당초 공모주 열풍 속에 수요예측에서 높은 흥행을 기록했다. 상장 첫 거래일에 공모가대비 두 배로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를 기록하는 이른바 '따상'도 유력했다. 하지만 상장 당시 예상과 달리 공모가를 하회하며 거래를 시작하는 등 기대 이하의 흐름을 보였다. 이튿날 반등을 기록했지만 수요예측 당시의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행보였다. 


부진은 거래 초반 쏟아진 기관 매도물량을 매수해 줄 일반 투자자들의 참여가 주춤했기 때문이다. 증권신고서에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로 표기됐던 종목명이 상장 직전 갑작스레 '피비파마'로 교체한 탓이다.  


종목명의 변경은 한국거래소의 지침에 따른 조치였다. 공식 사명의 글자 수가 많을 경우 거래 시스템상 이름이 짤리거나 일부 오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일종의 가이드에 따라 회사측은 상장전 공식 발표를 통해 피비파마라는 종목명을 알렸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제대로 인식시키기는 역부족이었다. 익숙했던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란 이름의 매수 물량을 기다린 일반 투자자들의 눈에 '피비파마'란 이름을 스쳐 지나갔고 기대됐던 '따상'은 무산됐다. 


결국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종목명 변경은 연이어 상장을 앞둔 관계사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의 상장 흥행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혼선을 빚은 종목명 변경은 상장 흥행을 둘러싼 책임소재 논란으로 번졌다. 무리하게 6자 내외로 종목명을 줄인 것이 누구의 탓이며 공모주 투자자들의 일종의 투자 피해까지 보상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거래소는 종목명과 관련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을 뿐 최종 결정은 온전히 회사의 몫이란 입장이다. 반면 발행사나 주관사(삼성증권)는 상장 관련 최종 승인을 앞두고 '갑'인 거래소의 가이드를 따를 수 밖에 없었지 않냐고 반박한다. 다행히 양측간 주장이 모두 일부 설득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결국 단순 헤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헤프닝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않다. 만일 현행 6자를 넘는 종목명이 검색 제한되거나 오류가 발생하는 낙후된 시스템이 개선됐다면 어땠을까. 주관사 역시 거래소의 가이드과 발행사 입장을 충분히 검토하고 향후 시장 상황까지 예견하는 세심한 조언을 내렸다면 어땠을까. 투자자 역시 신규 상장기업이 어떤 종목명을 내세웠는지를 꼼꼼히 따졌다면 어땠을까. 결국 발행사나 주관사, 거래소, 투자자 모두가 종목명을 단순하게 치부한 것이 헤프닝을 만든 원인 제공자일 수 있다. 


물론 상장 기업의 주가 변동은 해당 기업의 실질 가치에 따라 좌우된다. 종목명의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함부로 종목명에 대한 가치를 평가해서는 안될 일이다. 종목명은 회사의 브랜드를 이끌고 기업  본질(아이덴티티)를 대변하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관행이라 굳어진 제도와 그동안 별 문제 없었다는 안일한 사고가 기업가치의 한 축인 브랜드의 중요성을 훼손하는 건 아닌지 이해관계자들의 숙고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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