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상상인그룹이 계열 저축은행의 처분을 놓고 기로에 놓였다. 최근 금융당국이 상상인에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지분을 6개월 안에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매각 시한이 다가오면서 일각에서는 상상인이 충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행정 소송 등의 대응을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상상인 측은 이와 관련해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정례회의를 열고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지분 매각 명령을 의결했다. 지난 8월 30일 두 저축은행에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린지 약 한 달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지분매각 명령에 따르면 상상인은 6개월 안에 두 저축은행의 보유지분을 10% 이내로 남기고 모두 처분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내년 4월전에 계열 저축은행에 대한 처분을 매듭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상상인은 아직 매각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찾지 못한 모습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차례 행정소송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상상인이 행정심판 및 소송을 제기할 경우 내년 2월 8일 이전에 관련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상상인 측에서 소송을 제기할 경우 금융당국의 심사절차 변경과 그로 인한 재산권 침해 여부 등을 주요 쟁점으로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상상인 입장에서는 촉박한 매각 기한 등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을 입증하며 재판을 끌고 나갈 가능성이 있다. 매각 협상이 진행될 경우 매각 기한이 짧을수록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상 금융위는 금융사 대주주적격성 심사 안건은 매년 12월에 의결해왔다. 하지만 이번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8월말에 처리했다. 절차대로 12월에 처리할 경우 유준원 상상인 대표의 직무정지 징계 이후 4년의 시간이 지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주주 적격성 충족명령 이후 지분 매각 명령까지의 기간이 한 달로 매우 짧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일례로 과거 고려저축은행의 경우만 보더라도 대주주적격성 충족 명령부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지분 매각 명령까지 약 4개월의 기간이 주어진 바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매각 절차에 돌입하더라도 충분한 기간을 보장받지 못할 경우 원매자 물색, 가격 협상 등에서 매각사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행정소송 등을 통해 시간을 버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분을 고려해 상상인 측에서 재산권 침해 등을 문제 삼아 소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상상인 측은 매각 진행이나 행정소송 제기 여부 등에 대해 전혀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상상인의 입장에서 매각이나 행정소송 모두 현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근원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상상인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매각 명령에 대해 행정소송 등의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무엇도 결정된 내용은 없다"며 "행정소송도 근원적인 문제 해결 방안은 아니기에 내부적으로도 적절한 대응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