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되면서 카카오의 투자 리더십 공백이 커졌다. 정직 중인 김모 재무그룹장에 이어 배 대표까지 카카오 재무라인 전반에 문제가 생기면서 향후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불가피해 보인다.  

배 대표가 19일 구속영장 발부를 받으면서 카카오는 한동안 경영 공백 문제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배 대표는 카카오 사내이사이자 카카오 공동체에서 투자 부문을 총괄하는 만큼 관련 결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는 투자와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최근 5년 동안의 연결기준 투자활동현금흐름을 살펴보면 2018년 –1조2607억원, 2019년 –4141억원, 2020년 –1조2507억원, 2021년 –3조3410억원, 2022년 –1조5741억원으로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은 지분투자나 인수합병처럼 재무제표상 유무형자산이나 단기금융상품, 매도가능금융자산 등을 취득하거나 처분한 거래에 따라 유입되거나 유출된 현금흐름을 말한다. 마이너스(-) 폭이 클수록 투자활동을 위해 사용한 현금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가 최근 5년 동안 막대한 금액을 투자에 쏟은 셈이다. 이 과정에서 배 대표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2015년 카카오에 합류한 뒤 투자조직 '빅딜팀'에 몸담으면서 2016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실무를 주도했다.

배 대표는 2020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이름을 올렸다. 그 뒤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2021년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전체 1조1000억원 규모에 인수했다. 

투자총괄대표에 오른 뒤에도 2023년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경영권을 놓고 하이브와 공개매수를 통한 인수 경쟁을 이끈 끝에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이때 에스엠 주가를 시세조종한 혐의를 받았던 점이 결국 구속영장 발부로 이어졌다. 

카카오는 김모 재무그룹장(최고재무책임자)가 법인카드로 1억원 규모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했다는 이유로 9월 초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 때문에 투자 부문 리더십 공백이 발생했다. 여기에 배 대표까지 구속되면서 한동안 투자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 준비에도 이번 일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는 2021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기업공개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3년 초에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를 투자받았다. 더불어 카카오와 손잡고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에스엠을 인수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때문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이 배 대표의 구속으로 이어지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이미지 타격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배 대표와 달리 구속영장이 기각되긴 했지만 이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 역시 시세조종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 관계자는 "(배 대표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혐의를 충실하게 소명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