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SK온이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을 새 수장으로 맞는다. 이 신임 대표는 배터리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하고 오랜 적자고리를 끊어내야 하는 특명을 받았다.

7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SK온은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을 신규 CEO로 선임했다. 이번 CEO 선임으로 이 대표는 지난해 3월 SK하이닉스 대표이사에서 물어난지 1년 9개월 만에 현업으로 복귀하게 됐다. 

이 대표는 1965년생 출생으로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SK하이닉스 전신인 현대전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미국 스탠포드대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인텔을 거쳐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2013년 다시 SK하이닉스에 합류했고, SK하이닉스 D랩 개발부문장, 사업총괄(COO) 등을 맡았었다. 

특히 엔지니어 출신인 이 대표는 세계 반도체 시장을 호령하던 인텔에서 10년을 일했고, 최고 기술자에게 수여하는 '인텔 기술상'을 3번이나 받아 글로벌 제조업 전문가로 통한다. 인텔 기술상은 1년에 한명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상이다.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의 공정오류를 잡아내 이를 개선하는 것이 그의 업무였다. 이처럼 이 대표가 첨단 반도체 기술개발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SK온을 글로벌 배터리 업체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SK그룹은 "SK온을 첨단 기술 중심의 글로벌 톱티어 배터리 기업으로 진화시킬 최적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또 다른 장점은 과감한 추진력이다. 2018년부터 SK하이닉스 대표를 맡아 인텔 낸드플레시 사업부(현 솔라다임) 인수를 주도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인텔 출신으로 낸드 사업부 인수를 총괄한 이 대표는 D램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SK하이닉스를 단숨에 낸드 시장 2위로 끌어 올렸다. 이 대표는 당시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 대표가 풀어 나가야 할 SK온의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수율 향상을 통한 흑자전환이다. SK온은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리된 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4762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861억원 손실을 냈다. 

최근 전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감소로 배터리 시장 성장도 둔화하고 있다. 이에 SK온은 미국내 공장 인력 구조조정과 감산에 돌입했다. 조지아주 공장은 일부 직원에 대한 무급휴직 조치를 실시하고 생산량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 공장은 9월에도 직원 3000여명 가운데 일부를 정리해고했다. 올해만 두차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중국 CATL, BYD 등 저가 배터리에 맞서 시장 장악력도 키워야 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SK온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한 27.9기가와트시(GWh)를 기록했다. CATL과 BYD 등 중국기업들의 성장률이 각각 51.1%, 66.5%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SK온은 배터리 시장 성장 둔화의 여파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6.4%에서 5.1%로 1.3%포인트 하락했다. 

상황이 이러니 제조업 경험이 풍부한 이 대표의 등판으로 SK온은 배터리 공장 수율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가격경쟁력 강화와 함께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꾀하며 내실다지기에 주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