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고려아연은 50년간 아연과 연을 생산해 판매한 회사다. 해외 광산에서 광석의 일종인 정광을 매입해 열을 가하거나 전기적 방법(제련)으로 아연과 연을 뽑아낸다. 나아가 아연과 연에서는 금, 은과 같은 부산물이 나온다. 금값이 뛰면 고려아연을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버릴 것 없이 부산물을 긁어 모아 파는데 도가 튼 고려아연이 향후 주목하고 있는 것은 '동'이다. 앞으로 매출 확대는 동이 좌우할 전망이다. 

◆동 수요 대비 부족한 공급…"우리에게 기회" 

올해 고려아연의 제련 사업 매출은 10조원으로 추산되며, 90% 이상은 아연, 연, 금·은과 같은 귀금속에서 발생한다. '아연·연·귀금속' 3대장은 올해 약 9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며, 내년부터 오는 2033년까지 11조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대장의 특징은 '꾸준함'이다. 이에 매출 변동폭이 크지 않다. 고려아연 역시 이러한 이유로 아연·연·귀금속' 3대장이 2027년부터 2032년까지 매년 10조6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현재 10조원 수준인 제련 사업 매출을 오는 2033년 13조원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약 30%의 성장률을 가능하게 하려면 반드시 동 판매를 끌어올려야 한다. 

현재 동은 연매출 3000억원으로 3대장 매출의 3%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오는 2033년에는 1조6000억원의 매출이 기대되는 신성장 동력이다. 전기차 생산과 전력망 투자가 늘어나면서 동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는데 반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을 주목한 까닭이다.

◆수익성 '키' 통합공정…버리는 것 없이 제련 

동 사업의 핵심은 '통합공정'이다. 고려아연은 아연, 연에서 나오는 금, 은과 같은 부산물을 버리지 않고 판매했다. 불순물도 버리지 않고 제련해 수익화하는 측면에서 노하우를 가졌다. 통합공정도 이와 유사하다. 아연, 연, 동 등 각 부분의 공정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다시 제련해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게 통합공정의 핵심이다. 버리는 것 없이 뽑아낼 수 있는 금속은 다 뽑아내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다.

현재 아연과 연, 동 3개 금속 제련 공정을 통합해 동의 회수율을 높였다면, 오는 2026년 통합 공정에 니켈을 추가해 아연·연·동·니켈 등 4대 금속 회수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런 효율성 높은 공정으로 제련부산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타사 대비 낮은 원료 비율로 고순도 전기동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제련사업부를 담당하는 정태웅 사장은 "아연과 동 회수율을 극대화하면서 재처리가 필요한 중간재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구조"라며 "타사의 경우 주 원료비 비율이 90% 수준이지만, 자사의 경우 제련부산물과 자원순환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원료 비율이 56%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더 많은 동을 회수하기 위한 공정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 퓨머(Fumer) 설비 중 2기를 동을 회수할 수 있는 용광로로 교체해 연간 4만톤의 동을 생산했다면, 내년부터 연간 6만톤을 생산할 예정이다. 아울러 황산을 녹인후 전기 분해해 전기동을 생산하는 습식 제련 방식으로 연간 5만톤의 동을 생산하고, 건식 제련 방식으로도 10만톤을 생산해 연간 총 15만톤의 동 생산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정 사장은 "습식 제련 방식은 2025년 설비 투자가 완료될 예정이며, 건식 제련은 2025년 2만6000톤을 시작으로 오는 2028년에는 연간 10만톤의 동을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