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내년 1월 열리는 CES 무대에 선다. 지난 두번의 CES는 사장 직함을 달고 참석했다면, 내년에는 부회장으로서 회사를 대표하게 됐다. 특히 정 부회장은 이번 CES에서 기조연설을 맡아 회사 비전을 적극 알릴 예정이다. IT·가전 박람회에서 이와 무관한 업을 영위하는 HD현대가 기조연설 기업으로 꼽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기선 부회장은 CES 전시회 둘째 날인 1월 10일 기조연설을 꾸민다. 그 해 CES 행사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딱 맞아 떨어지는 기업의 CEO들이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이번 CES에선 지멘스, 퀄컴, 인텔, 스냅, 엘레반스헬스 등이 기조연설 기업으로 선정됐으며, 한국에선 유일하게 HD현대가 뽑혔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IT 기업들의 주 무대로 인식됐던 CES에 핵심 기술 트랜드를 보여주는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생태계가 확장됐다"며 "내년 CES는 첨단 기술을 접목해 전 지구적 과제를 해결하자는 메인 테마를 담고 있으며, HD현대가 제시하는 비전이 CES 테마와 잘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정기선 부회장은 2022년, 2023년에 이어 내년까지 3년 연속 매년 첫 달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보내게 됐다. 굴뚝 산업으로 대표되는 조선업 CEO가 매년 CES를 방문하고 있어 화제성도 상당하다. 특히 작년에는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기반으로 한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발표해 무인화 등 미래 지향적인 조선업을 잘 보여줬단 평가를 받았다.

내년 CES에서 HD현대가 보여줄 산업은 건설기계다. 그동안 해양 산업을 중심으로 전세계에 비전을 알렸다면, 이번엔 육상이다. 비전 명칭도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회사 '현대사이트솔루션'에서 따와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정했다. 건설 기계 부문의 혁신 전략과 비전을 이번 기조연설에 잘 녹여낼 예정이다. 

작년 12월 본사를 판교로 옮기면서 정기선 부회장은 각 사업 분야별 비전을 직원들에게 공유한 바 있다. 당시 그는 "2030년까지 건설기계의 30%가 전동화 될 전망이고, 이런 패러다임 변화는 우리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강조하며 "무인화 기술을 통해 인간이 갈 수 없는 곳, 인간이 깨어있지 않은 시간에도 일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 산업 현장의 안전과 효율에 새로운 차원의 혁신을 선보이겠다"라고 선언했다. 

이에 1년 전 직원들에게 공유한 비전을 이번 CES에 그대로 담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건설기계 산업에 잔뼈가 굵은 이동욱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도 CES에 참석하는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배경이다. 

한편 약 300평 규모의 HD현대의 전시관은 ▲퓨쳐 사이트 ▲트윈 사이트 ▲ 제로 사이트 등 크게 3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첨단 무인·자동화 기술력을 활용한 차세대 건설 현장의 미래상을 제시할 방침이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현장 관제 솔루션 및 원격 제어 기술도 소개한다.

HD현대의 굴착기, 휠로더, 트럭 등 건설기계 운전자의 장비 숙련도 및 생산성을 높여주는 'AI 기반 머신 어시스턴스 X-Agent'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HD현대의 무인·전동화 기술력이 담겨있는 제품이다. 장비 정보와 작업환경, 작업 계획 등을 AI가 스스로 인지·판단해 운전자에게 최적화된 장비 운영 가이드를 제공하며, 시·공간적 제약이 있는 작업환경에서도 장비를 운전할 수 있는 원격제어 기능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