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류세나 기자] 창립 73년차에 접어든 국내 4위 재벌기업 LG가 젊은 총수 구광모 시대를 맞아 지난 1년간 적잖은 변화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는 구광모(41) 회장 취임 이래 들고난 LG그룹 계열사 흐름에서도 읽힌다.

◆ 계열사 진퇴, 동일인 변동 여부와 무관

17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은 작년 6월 취임 이래 줄곧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로봇과 인공지능(AI), 전장사업 등은 그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영역이다. 작년 말 진행한 조직개편에서 지주사인 ㈜LG에 이례적으로 자동차부품팀을 신설하고, LG전자에 CEO 직속으로 ‘로봇사업센터’와 ‘자율주행사업테스크’를 둔 것도 구 회장 의중이 반영된 조치였다.

최근 공정위에서 발표한 LG 기업집단 신규 편입 기업 리스트만봐도 40대 젊은 총수 구 회장이 그리고 있는 ‘뉴LG’의 모습이 담겨 있다.

LG 기업집단 계열사는 지난 1년새 70곳에서 75곳으로 늘어났다. 총 9개의 기업이 투자 및 물적분할 등 과정을 통해 계열사로 신규 편입됐고, 4개 법인은 흡수합병, 청산 등으로 인해 계열사 명단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번 LG 계열사 변동은 최근 공정위에서 지정 발표한 구 회장의 동일인(총수) 변경과 무관하게 그룹 내부 경영을 통해 바뀐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LG 기업집단 내 포함 가능성이 점쳐졌던 구 회장의 장인기업 ‘보락’이 LG와 별개로 독자경영되고 있다는 점이 인정, 계열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영향이 크다.

◆ 외부잡음 줄이고, 공격투자 확대…신사업 확대 방점

LG 계열사로 추가된 기업 중 돋보이는 곳은 단연 로보스타와 로보메디다.

로보스타는 국내 산업용 로봇제조 전문기업으로, 작년 7월 LG전자가 지분 30%와 경영권을 인수했다. ‘지능형 자율공장’ 구축에 로보스타의 산업용 로봇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뚜렷한 계획을 드러내기도 했다. 로보스타의 자회사 로보메디와도 적잖은 시너지가 예상된다. 로보메디는 의료용 로봇 개발 전문기업으로, 최근 LG전자가 뛰어든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서의 협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작년 9월 LG화학이 전장사업 강화를 위해 사들인 우지막코리아도 그룹 차원의 전략 거점 중 하나로 꼽힌다. 우지막코리아는 자동차 전자장치와 가전용 모터의 핵심부품인 페라이트 마그네트를 주력 생산하는 업체로, ㈜LG에 자동차부품팀이 신설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외에 S&I코퍼레이션(옛 서브원)의 물적분할로 서브원과 S&A CM 2개의 신설법인이 추가됐고, LG생활건강에서 프리미엄 치약 브랜드 루치펠로코리아 인수 및 울릉군과의 합작으로 울름샘물 법인을 설립해 이 회사들이 LG그룹 계열로 편입됐다.

지난 1년간 설립된 유일한 특수관계법인은 신탁 및 집합업으로 등록한 이스트애로우파트너스다. 이 회사는 故구본무 회장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작년 12월 설립한 곳으로, 지난달 강남구 신사동에 사무실을 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같은 기간 LG 기업집단에서 계열 제외된 곳은 총 4곳이다. 변동 폭은 크지 않지만 경영 효율화와 외부 잡음 방지를 위한 노력들이 엿보인다.

건축자재 시공전문기업인 하우시스이엔지는 LG하우시스로 흡수합병됐고, LG생명과학 산하 장애인표준사업장이던 사랑누리는 LG화학 산하 행복누리로 흡수됐다. LG생명과학은 이미 2017년 LG화학으로 흡수합병된 상태다.

LG화학의 손자회사인 팜화옹은 자본잠식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이 겹치면서 결국 청산했고, LG오너일가인 구형모씨의 개인회사였던 전자부품 제조기업 지흥의 경우 지난해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계열 제외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