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M&A
현대산업개발의 '승부수', 분리매각 염두에 뒀나
현행 공정거래법상 에어부산·아시아나IDT는 지분 전량 매입하거나 매각해야


[팍스넷뉴스 권일운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로 2조5000억원이나 되는 금액을 '베팅'한 데 대해 추후 자회사 분리매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가능한 높은 금액을 제시해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뒤 자회사 지분을 매각해 비어버린 곳간을 채운다는 시나리오다. 지주사 체제인 현행 HDC현대산업개발 그룹의 지배구조상 이같은 시나리오가 완전히 비현실적이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5월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를 출범시켰다. 지주사인 HDC는 올 상반기 말 기준 핵심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지분 33%를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HDC의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HDC현대산업개발 지분으로 장부가로만 8385억원에 달한다. 


지주사 체제를 출범시킨 대다수의 기업집단들은 인수·합병(M&A)과 같은 대규모 투자 활동에 지주사의 자원을 투입한다. 당장 지주사 체제를 출범시킨 목적 자체가 예하 사업회사들은 각자의 영업활동에만 집중토록 하고, 전략적 의사결정은 지주사의 몫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지주사가 아닌 사업회사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임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는 점을 상당수 M&A업계 관계자들이 이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자금 여력이 꼽힌다. 지주사의 경우 상반기 말 기준 보유 현금이 1143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같은 시기 1조6314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난다. 사실상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대부분의 현금이 HDC현대산업개발 몫이라고 볼 수 있다. 지주사와 사업회사 모두 종속회사를 제외한 별도 재무제표 기준이다.


문제는 예하 사업회사가 보유한 현금을 단기간에 지주사로 올려보내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한다면 유상증자만 조 단위로 실시해야 하는 아시아나항공 M&A를 지주사 명의로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주체로 HDC현대산업개발이 거론되는 데에는 이같은 역학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주체로 나섰을 경우에도 문제의 소지는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지주사 예하에 놓인 자회사로 간주되고 있어서다. 추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HDC→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게 돼는데, 아시아나항공의 기존 종속회사들이 증손회사로 간주된다는 점이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의 관한 법률)을 저촉할 소지가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사 아래의 증손회사는 반드시 지분 100%를 확보하도록 정해 놓았다. 해당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은 에어부산(44.2%)이나 아시아나IDT(76.2%)같은 종속회사의 지분을 전량 확보해야만 한다. 이들 회사는 상장사인 까닭에 공개매수를 통하지 않고서는 지분 전량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차라리 지분율이 100%가 아닌 증손회사를 매각하는 쪽으로 해법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다수의 원매자들로부터 꾸준히 '러브콜'이 온 것으로 알려진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패키지 형태로 제 3의 저비용항공사(LCC)나 재무적 투자자(FI)에 매각할 수 있다. 


시장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금액을 베팅해 '승자의 저주' 우려가 제기되기까지 한 HDC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이 거래가 성사됐을 때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단기간에 회수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매각 대금을 아시아나항공에 남겨 놓는다면 추가적인 자금지원 부담도 덜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FI로 참여한 미래에셋대우의 투자금을 반환하는 데 매각 대금을 사용할 수도 있다.


'선 아시아나항공 인수-후 자회사 매각' 방안은 아시아나항공 M&A의 실질적 주도권을 쥔 KDB산업은행이 고수해 온 일괄 매각 원칙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잡음이 일어날 여지도 없다. 에어부산-에어서울 패키지 또는 둘중 한 곳만을 인수하기를 원한 원매자들이 꽤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는 상황이라 매각가 또한 적잖게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자회사들을 분리매각 하는 것은 훨씬 뒤처진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애경(제주항공)-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에게도 나쁠 게 없다는 평가다. 막대한 규모의 소형 항공기(보잉 737 MAX) 도입 계약을 체결해 놓은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자체 항공기를 보유하지 않은 에어부산-에어서울 패키지를 인수할 경우 신규 항공기를 투입할 수 있는 방대한 노선을 일거에 얻게 된다.


M&A업계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배구조상 불안 요소에도 불구 사업회사 주도의 인수전 참여를 결정한 것은 자회사 분리 매각을 염두에 뒀기 때문일 수 있다"며 "일단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권을 얻기 위해 2조원 중반에 달하는 금액을 제안했지만, 자회사 매각이 성사된다면 실질적으로 투입하는 자체 자금은 그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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