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VC
"해외 벤처투자는 韓 미래 먹거리, 망설일 시간 없다"
백여현 한투파 대표 "미국·유럽 현지 펀드 결성해 위상 높일 것"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4일 18시 0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류석 기자] 지난 13일 찾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투자파트너스(이하 한투파) 백여현 대표 집무실. 한 쪽 벽면에 걸려 있는 대형 세계 지도 여러 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지도에는 전세계 한투파가 투자한 기업들의 위치마다 동그라미가 표시돼 있다. 곳곳에 제법 빼곡히 그려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백여현 대표는 지도를 가리키며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이스라엘, 벨기에, 호주에도 한투파가 투자한 기업들이 잘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한투파는 해외 벤처투자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대표적인 국내 벤처캐피탈 중 한 곳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다수의 현지 출자자(LP)를 확보하고 대형 펀드도 결성하는 등 한국 벤처캐피탈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수십배의 멀티플(투자원금 대비 배수)을 기록하는 회수 사례도 나오는 등 눈에 띌만한 성과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투파가 해외 벤처투자 시장 진출에 나선 지 약 10년 만의 성과다. 


한투파는 2010년 1월 중국에서 첫 해외 펀드를 결성하며 본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의 닻을 올렸다. 중국 내에만 상하이를 시작으로 베이징, 청두, 광저우 등의 지역에서 현지 법인을 세운 상황이다. 2016년에는 미국 시장에도 진출, 실리콘밸리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한투파의 전체 벤처투자 자산 1조3000억원 중 약 4700억원 규모에 해당하는 36%가 해외 투자 자산으로 분류된다. 


백여현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가 지도에 부착된 투자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팍스넷뉴스>


◆4차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벤처캐피탈의 자질


백 대표는 인터뷰 내내 국내 벤처캐피탈의 해외 진출에 대해 강조했다. 백 대표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데 해외 투자도 안 해본 벤처캐피탈이 어떻게 그런 회사를 심사할 수 있겠나"라며 "이제는 벤처캐피탈들이 해외 시장 진출을 망설이면 안 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같은 발언에는 우리나라 벤처캐피탈들의 다소 소극적인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금융이나 정보기술(IT) 관련 시장이 낙후된 곳이라고 생각하는 동남아시아에서조차 해외 벤처캐피탈들이 활발한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영 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투파는 중국 등 해외 벤처투자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여나가고 있다. 단순히 해외 투자만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펀드 결성에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펀드만으로는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좋은 투자처를 발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느꼈기 때문이다. 백 대표는 "환전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국내 펀드로는 중국 내에서 소위 '핫한' 투자에 참여하기 어렵고, 중국 정부에서도 자국 산업 보호 차원에서 해외 자본 참여를 막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투파는 중국 지방 정부와 현지 민간 출자자 등과 협력해 여러 펀드를 결성, 활발한 투자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중국 내에서만 6개 펀드를, 싱가포르에서도 1개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전체 운용자산 규모는 5350억원에 달한다. 조만간 중국을 넘어 미국, 유럽 등에서도 현지 펀드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백여현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벤처투자도 하나의 산업…성장동력 부상 기대


백 대표는 국내 벤처캐피탈이 해외 투자에 소극적인 이유가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출자기관들로부터 받는 영향이 크다고 진단한다. 백 대표는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정책기관이나 연기금 등의 대형 출자기관에서 해외에 투자하는 펀드에 자금 출자를 꺼리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 세금으로 해외에 투자하는 것이 맞냐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내 정책기관이나 연기금이 진행하는 출자사업 구술심사에서는 해외 투자 비중에 대한 질문이 단골로 등장한다. 해외 투자를 많이 한다고 말하면 심사위원들로부터 "국내 벤처기업에 더 신경써라"는 핀잔을 듣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벤처투자를 하나의 산업으로 보지 않고 국내 벤처기업 육성을 지원하는 수단 정도로만 인식하는 정부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반면 벤처투자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해외 투자를 확대해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다. 정부에서 하루빨리 벤처캐피탈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걷어내 준다면 우리나라 벤처투자 산업이 국부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백 대표는 "벤처투자업 자체가 벤처기업 육성과 지원 역할을 넘어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이자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은행이나 증권업 등이 해외 금융 시장에 진출하기에는 이미 만들어진 여러 제약 조건 때문에 힘들지만 벤처투자업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똑똑한 심사역 몇 명과 해외 사무실만 있으면 얼마든지 전세계 벤처투자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진출, 선후 따질 시간 없다


백여현 대표는 벤처캐피탈의 해외 진출은 국내 벤처기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백 대표는 "우리나라 벤처 업계의 해외 진출에 관해서 선후가 왜 중요하냐"고 반문하면서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탈 중 누가 먼저 해외에 나가는지를 따질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든 먼저 해외에 나가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고 벤처캐피탈이 먼저 해외에 나가는 것도 벤처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예로 국내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이 협력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실제로 한투파가 투자한 요가복 전문 브랜드 젝시믹스는 최근 한 중국 헬스 플랫폼 업체에 요가복을 수출했다. 해당 헬스 플랫폼 업체는 한투파가 중국에서 투자한 기업이다. 또 코스닥 상장사 진메트릭스와 영국 제약사 '백시텍(VACCITECH)'이 상호 지분 투자를 했는데 두 기업의 투자사인 한투파가 중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투파는 해외 유망 기업들을 국내 증시로 유치하는 작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 좋은 해외 기업 유치를 유도함으로써 자본시장의 확대를 지원하는 것과 더불어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훌륭한 투자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투파는 앞으로 해외 투자 비중을 계속해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현재는 중국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편중된 비중을 조금씩 해소해 나가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 등에 현지 펀드를 조성하고 다양한 국가의 훌륭한 기업에 투자해나갈 예정이다. 머지않아 미국과 유럽에서도 중국처럼 현지 펀드 결성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내년에는 유럽에서 게임산업에 투자하는 게임펀드 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백 대표는 "해외 투자 비중을 안정적으로 분산시켜 나감으로써 미국과 유럽에서도 한투파의 위상을 높여나갈 것"이라며 "당장 해외 대형 투자사와 경쟁하기는 어렵겠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아시아 지역으로 진출을 희망하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우리 한투파가 모두 커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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