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지윤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조달을 위한 HDC현대산업개발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배정받는 주주들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할 우려가 있는데다가 ‘코로나19’ 악재로 항공업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 추락으로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악재가 겹치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날 2196만9110주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 자금 3207억원을 납입해 유상증자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번 유상증자 청약에 참여한 HDC현대산업개발 주주들은 추가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자금을 납입함과 동시에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유상증자 발행가액 아래로 떨어졌다. 13일 주가는 1만4350원에 장마감했다. 이번 유상증자 발행가액인 주당 1만4600원보다 1.71%(250원) 낮은 수준이다.

HDC현대산업개발 주주들은 최근 가파른 속도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고심이 깊었다. 최근 1년간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최고점 대비 70% 이상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초 4만원 후반에서 5만원 초반대를 기록하던 주가가 꾸준히 우하향하면서 올해 초 2만원대에서 이달 1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기존 주주들은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지난 5~6일 이틀간 이뤄진 구주주 유상증자 청약에서 105.47%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기존 주주들의 유상증자 초과청약으로 실권주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공모 청약은 이뤄지지 않게 됐다. 매입단가를 낮춰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기존 주주 청약이 이뤄진 이달 5일과 6일만 해도 주가는 각 1만7150원, 1만6600원을 기록했다. 이날 주가를 기준으로 신주를 매각한다고 가정할 경우 주당 2000~2550원의 매각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악재로 항공업계가 큰 타격을 입은데다가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그 여파가 국내 증시로 옮겨 붙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재의 주가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발 금융위기 당시 국내 주식시장이 반토막 난 사례를 거론하기도 한다. 

이번 유상증자로 교부받는 신주가 오는 26일 상장한다는 점도 변수다. 이번 신주는 보호 예수 기간이 없어 상장 당일 매매가 가능하다. 주가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기존 주주들이 손실 폭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손절매를 감수하고 이날 매도주문을 쏟아낼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