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계획을 밝힌 대다수 약물이 비정상적으로 불어난 면역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려는 것과는 달리, 아이발티노스타트는 과도해진 면역세포의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면역력 균형을 유도해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다가섰단 평가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은 체내에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지는 못하지만 외부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보호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는 아니지만 감염을 지연하는 메커니즘이다. 이 때문에 회복하지 못하고 감염이 계속해서 진행되면 폐렴 및 폐섬유화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반면 아이발티노스타트는 외부로부터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주지는 않지만 체내에서 비정상적인 면역세포의 비율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두 약물의 메커니즘이 상호보완적이라는 게 크리스탈 내·외부 전문가들의 기대다.

크리스탈이 클로로퀸에 대한 원료공급부터 완제생산까지 할 수 있다는 점도 빠른 임상을 진행할 수 있어 고무적이다. 크리스탈은 자회사인 화일약품이 지난 2009년부터 클로로퀸 원료공급권을 보유하고 있다. 

또다른 자회사인 크리스탈생명과학은 2003년 클로로퀸 완제품 생산 허가를 받은 상태다. 원료공급(화일약품), 임상개발(크리스탈) 완제품 생산(크리스탈생명과학)이 모두 가능해 적은 비용으로 빠른 공정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크리스탈은 전망하고 있다.

◆ '사이토카인 폭풍' 치료에 유리한 기전

아이발티노스타트는 항암제로 개발과정에서 나타난 내부 실험결과와 코로나19 유행 전 원광대병원 호흡기내과 김학렬 교수팀이 실시한 연구논문 등을 토대로 코로나19 치료제로의 가능성을 포착했다. 그동안 연구에서 아이발티노스타트는 면역학적 균형을 되돌리는 기전을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감염병학회(IDSA) 학술지(CID)에 지난 12일 게재한 논문(Dysregulation of immune response in patients with COVID-19 in Wuhan, China, 저자 Chuan Qin 외)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중 중증이나 사망에 이르는 환자들의 증상은 과다한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로 사이토카인 폭풍을 유발하는 것에서 비롯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혈액 속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증가하면 사이토카인 폭풍(과다발생)을 일으키고 이는 폐렴이나 패혈증, 폐섬유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발티노스타트는 연구과정에서 이같은 면역세포들의 균형을 정상화해 사이토카인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확인했다.

김영대 크리스탈 면역연구팀 팀장(신약연구소 책임연구원 박사)은 "아이발티노스타트는 환자에게 여러 차례 용량을 올려 주입할 시 뉴트로필(neutrophil) 세포가 감소한다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하지만 코로나19에 의해 증가하는 사이토카인 조절목적으로 본다면 유리한 작용이다"고 설명했다.

면역세포 일종인 뉴트로필은 감소하면 질병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환자는 뉴트로필 세포가 크게 증가해 문제가 되는 만큼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단 설명이다.

뉴트로필은 면역세포 중에서도 사이토카인을 가장 많이 발생시키고 패혈증 등을 일으키는 핵심인자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앞서 논문에서도 뉴트로필-림프구 비율조절은 코로나19에 의한 치명적인 질병(폐섬유화 등) 및 조기 선별 등에 기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이발티노스타트는 선행 연구를 통해 인간 T-림프구 증가 효과를, 실험용 쥐 실험에선 폐섬유화에서 사이토카인 폭풍 억제 능력 등을 보였다.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에게 필수적인 작용이다.

김영대 크리스탈 팀장은 "아이발티노스타트는 항암제로 여러 임상을 수행해 연구 데이터가 많은 약물에 속한다"면서 "뉴트로필을 감소시키면 염증 사이토카인을 제어할 수 있다는 내용이 이미 (국제학술지 게재 연구로)나와 있는 가운데 아이발티노스타트는 뉴트로필을 비롯 코로나19로 밸런스가 깨진 면역세포 구성을 되돌리는 효과를 보여온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염증을 조절하는 것은 면역세포 기능을 저해하는 것과 염증을 유발하는 세포를 정상수준으로 낮추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면서 "추가실험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안전성면에서도 면역력 균형을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탈은 기존 허가약물과 병용하는 만큼 단독 치료제로 개발에 나선 약물들보다 임상이 수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프로토콜을 확정하는 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감염분야 국내 권위자로 꼽히는 S병원 감염내과 K교수가 연구책임자(PI)로 임상을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