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아라 기자] 대기업 판도가 바뀌고 있다. IT 기업은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늘리는 반면, 건설‧석유 기업은 계열사 매각 등으로 자산을 줄였다. 실적을 비롯해 전반적인 업황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일 발표한 ‘2020년도 공시 대상 기업 집단 64곳 지정’에 따르면 IT와 게임 관련 기업은 자산이 모두 늘었다. 특히 넷마블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웅진 코웨이 인수로 몸집을 불린 넷마블의 자산은 전년보다 51%(2조8000억원) 늘어난 8조3000억을 기록했다. 자산 총액 기준 기업 집단 순위는 전년도 57위에서 47위로 10계단 수직 상승했다. 앞서 넷마블은 지난해 12월 코웨이 지분 25.8%를 인수했다. 인수가는 1조7400억원이다. 

넥슨은 자산규모 9조5000억원을 넘어서면서 42위로 올라섰다. 지난해보다 5계단 상승했다. 이에 따라 자산 총액 10조원을 목전에 두면서 내년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회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시 및 신고 의무,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외에 ▲상호출자 금지 ▲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이 추가 적용된다.

자산 9조5000억원으로 4단계(45위→41위) 상승한 네이버도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8조3000억원에서 14.5%(1조2000억원) 증가했다.

카카오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카카오의 자산 규모는 전년보다 34%(3조6000억원)늘어난 1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집단 순위는 9단계 상승한 23위까지 뛰어올랐다. 인터넷전문은행인 한국카카오은행 편입, 스마트모빌리티 등 사업 투자로 신규 계열 편입이 증가하면서 몸집이 커진 결과다.

자산 감소는 건설업에서 두드려졌다. 공시 대상 기업 집단 64곳 중 중흥건설(37→46위), 태광(40위→49위), 유진(54위→62위) 순으로 순위가 하락했다. 계열사를 정리하거나 부채를 줄인 영향이다. 

중흥건설은 중흥토건의 차입금 상환에 따른 부채 감소로 자산규모가 전년보다 1조1000억원 감소한 8조400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태광은 티브로드 등 계열사 매각으로 자산 9000억원이 감소해 8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집단 순위는 모두 9계단 하락해 각각 46위와 49위로 떨어졌다. 유진은 계열사 청산과 지분 매각 등에 따른 계열회사 수 감소로 자산은 전년보다 9000억원 줄어든 5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자산 순위는 8계단 하락한 62위다. 대우조선해양은 5단계 하락한 29위를 기록했다. 

석유 기업은 유가하락에 따른 업황 악화로 실적이 줄면서 자산 규모가 감소했다. 에쓰오일의 자산은 4000억원 줄면서 기업집단 순위는 한 단계 내려갔다. 금호석유화학의 자산은 2000억원 가량 감소하면서 기업집단 순위는 4단계 하락했다.

SK와 GS도 타격을 입었다. SK는 반도체·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로 매출이 전년대비 22조4000억원 줄었다. 64개 기업 중 감소폭이 가장 크다. GS는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 제품과 해외 플랜트 매출이 줄면서 총 매출이 전년보다 5조5000억원 감소했다. 하락폭은 전체 기업 중 세 번째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기업 집단 순위는 자산총액을 기준으로 평가를 한다. 순이익 등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산총액만 보고 업황을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자산총액이 늘어난 IT 업종은 업황이 매우 좋다고 평가할 수 있다. 건설과 석유는 매출과 순이익도 좋지 않아 전반적으로 업황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