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포트, 여전히 '매수 의견' 일색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이후 오히려 '사자' 의견 늘어…리서치센터 독립성 확보 문제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1일 16시 2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배지원 기자] 금융투자업계에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증권사들이 내놓는 기업분석 리포트에서 '매수'의견을 찾아보긴 여전히 어렵다. 증권사들의 리포트가 대부분 '매수'에 편향된 투자의견을 담으며 사실상 올바른 기업분석에 따른 투자 판단 지원이라는 역할을 수행치 못하고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까지 지난 1년간(2019년4월~2020년3월) 국내 증권사 32개사가 내놓은 기업분석 리포트중 매수의견을 담은 것은 88.2%로 집계됐다. 중립 비율은 전체의 11.7%에 달하며 실제 보유하거나 추가 매수 등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한 의견이 전체의 99.9%에 달한 것이다. 기업의 부진을 우려하며 매도 의견을 담은 리포트는 0.08%에 그쳤다. 


같은 기간 외국계 증권사 15곳은 매수 의견이 가장 많은 56.8%에 달했지만 중립과 매도 의견도 각각 30.5%, 12.7%로 비교적 고른 비율을 나타냈다.


증권사별로는 리딩투자증권, 유화증권 등이 내놓은 모든 종목 리포트에서 매수의견을 담았던 것으로 나타냈다. 교보증권은 중립(보유) 의견이 2.4%에 그쳤고, 매수의견이 97.6%를 차지했다. 30여명의 애널리스트가 리서치센터에 소속된 키움증권도 매수의견이 96.6%에 달하는 등 대부분의 리포트가 주식 매수를 권고했다. 


신한금융투자도 매수 의견이 94.9%를 차지했다. 미래에셋대우, 한화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한양증권, 하나금융투자도 90%가 넘는 매수 의견 비중을 보였다. 반면 국내 증권사는 매도의견을 제시한 곳은 대신증권, KTB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에 그쳤다. 


증권사가 상장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 '중립(보유)', '매도'로 구분해 그 비율을 공시하도록 한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는 지난 2015년 시행됐다. 투자자에게 정확한 기업정보를 전달하고 명확한 투자 판단을 조언하기 위한 행보였다. 하지만 제도를 시행한 후 오히려 매수 의견 비율이 꾸준히 높아지며 제도 도입의 효과가 무색해졌다.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 도입 첫해인 2015년 4월~2016월 3월까지 증권사의 리포트중 '매수' 의견 비율은 75.8%였고, '중립'은 19.0%, '매도'는 5.1%였다. 하지만 불과 5년만에 대부분의 기업분석 리포트는 사자세만 권고하며 적절한 기업분석의 역할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해 도입이 예고된 리서치센터의 독립성 강화 방안에 따라 개선 가능성이 나타났지만 아직까지 제도 개선이 이뤄지진 않은 상황인 만큼 당장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국내 증권사의 기업 분석보고서가 '매수' 의견으로 치중된 데는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없는 구조적 한계 탓이다. 한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특정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면 해당 기업탐방 등에서 제약을 받거나 기업금융(IB) 부서의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 하향 조정을 내놓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증권사가 기업에 대한 매도 의견을 낼 경우 해당 기업이 추진할 주식 및 채권 발행 등 관련 IB 업무에서도 배제되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업계 전반에서 해당 증권사와 관련한 보이콧 등 악영향이 우려되는 만큼 문제가 있더라도 섣불리 매도의견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투자 판단으로 활용하는 분석 리포트에서 매도 의견을 제시할 경우 해당 기업의 급격한 주가 변동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부담도 애널리스트의 과감한 의견 제기를 가로막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목표주가 조정이나 중립의견을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편향된 구조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도 이어진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말까지 최근 1년간 94%의 보고서에서 매수의견을 냈지만 이번 1분기말 기준으로는 79.9%로 개선된 모습을 보여 눈에 띄었다. KB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도 75% 수준의 매수 의견 비중을 보이면서 국내 증권사 중에는 양호한 비율을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시장 발전 속에 증권사외에도 다양한 기관을 통해 기업 분석 의견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만큼 증권사가 암묵적으로 매도 의견을 유보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오히려 증권사의 신뢰성 확대를 위해 정확한 평가에 나서기로 하는 기조가 늘고있는 만큼 업계 전반에 걸쳐 매도의견을 담은 분석보고서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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