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호텔롯데가 정부의 공항 상업시설 임대료 감면확대 정책에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영업을 아예 못하고 있는 김포·김해공항 면세점에 대해서는 임대료 면제조치를 원했지만 절반이 감면된 것에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호텔롯데가 이들 공항면세점 임대료 건에 대해 추가인하를 요청할 수 있는 만큼 이의제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토부는 1일 대·중견기업은 최대 50%, 중소·소상공인은 최대 75% 까지 공항 상업시설의 임대료 감면율을 확대 적용키로 하는 내용의 공항산업 상생안을 내놨다.

면세업계는 이번 조치로 임대료 감면율이 기존(25%)보다 대폭 확대된 만큼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도 임대료 감면율이 최소 50%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었다”면서 “매출 하락분을 모두 상쇄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나마 부담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호텔롯데는 이번 임대료감면 안에 대해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임대료가 절반 줄어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내심 김포공항과 김해공항 면세점에 대해서는 임대료를 면제받길 원했던 까닭이다.

호텔롯데는 코로나19에 따른 국내 공항의 국제선 운항 중단으로 3월부터 김포공항점과 김해공항 면세점 운영을 중단했지만 매달 60억원 이상의 임차료를 내고 있다. 김포공항 면세점에 입점한 호텔신라가 임대료를 내지 않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이는 양사가 한국공항공사와 맺은 임대차 계약의 내용이 달라서 생긴 현상이다. 면세사업권을 따낼 당시 호텔롯데는 고정임대료를 납부하기로 했고 호텔신라는 매출연동으로 임대료를 내기로 한 것이다.

호텔롯데 측은 고정임대료 계약을 맺긴 했지만 외부사정으로 인해 김포·김해공항 면세점이 휴점하게 된 것인 만큼 임대료를 면제해주는 게 맞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도 이론상 임대료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

호텔롯데는 앞선 2017년 인천공항공사가 불공정 임대차계약을 강요한다며 공정위에 이를 시정해달라고 제소했다. 당시 호텔롯데는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상태였지만 인천공항공사가 기존 계약 상 임대료를 조정해줄 수 없다며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듬해 영업환경 변화 등에 따라 임대료를 조정 해줄 수 있어야 한다며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이 때 한국공항공사는 계약기간 중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게 약관을 자진 시정한 바 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임대료가 50% 인하됐다고는 하지만 정부 지침에 의해서 운영을 못 하는 상황인 점이 고려돼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과거 제소건 이후 임대료 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계약서는 수정이 된 상태인데 향후 어떻게 할지는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호텔롯데가 임대료 인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코로나19 타격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공항면세점은 임대료가 매우 높아 평소에도 이익을 내기가 어려운데 여객수요가 90% 이상 감소해 임대료 부담이 더욱 확대된 것이다. 실제 지난해 1분기 1004억원의 순손실을 낸 호텔롯데는 올 1분기에 288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매출규모가 축소된 데다 임대료 등 고정비지출도 막대했던 여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