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SPV 마중물 될까
24일 본격 가동, 시장 반응은 "글쎄"
시장 요구와 맞지 않는 지원기준..."제2의 채안펀드 될 수도"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4일 17시 4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조재석 기자]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가 24일부터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을 시작한다. SPV 출범 이전부터 선매입한 물량까지 포함해 이날만 5520억원 규모를 소화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SPV가 출범하면 "투자수요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저신용기업의 자금조달이 원활해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SPV를 바라보는 시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SPV의 지원조건이 시장의 요구와 동떨어져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괄적인 지원 기준 아쉬워

SPV는 저신용등급 기업의 자산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했다. 그렇다고 모든 저신용등급 기업을 지원하진 않는다. 일단 이자보상비율이 2년 연속 100% 이하 기업은 매입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번 지원 정책은 코로나19 여파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지원하는 게 목적이다. 적어도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좀비기업'은 제외하겠다는 뜻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일괄적인 기준으로 어떻게 좀비기업을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스럽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자보상비율이 2년 연속 100% 이하라면 적자를 내고 있는 기업을 뜻한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시국에서 가장 도움이 필요한 기업은 적자기업들인데 이들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을 받기 어려운 중소규모 기업들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 4월 가동을 시작한 채권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는 최대 A+ 등급까지 제한적 매입을 실시했다. SPV는 A에서 최대 BB+등급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지원 범위가 여전히 공모채 시장에 머무르고 있어 신용등급을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에게는 수혜가 닿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지원 정책은 공모채 시장에 집중돼 있고 지원 대상도 기준선이 명확히 제시돼 있다"면서 "지원 효과를 높이고자 한다면 이미 회복하고 있는 A급 시장이 아니라 사모채를 매입하거나 CP를 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매입가 기준

SPV의 매입가 기준을 놓고도 비판적인 의견이 잇따랐다. 금융위는 "시장의 투자수요를 구축하지 않고 시장조달 노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시장금리보다 낮지 않은 적정 금리수준으로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적인 시장금리 수준으로 매입가를 제시하겠다는 뜻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PV의 매입가 기준이 채권 시장 활성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입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을 안정화시키려면 시장가보다 저렴하게 들어가 우량채와 벌어진 스프레드를 줄여야 하는데 SPV는 가격 결정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증권사 입장에서 산은이 인수단에 참여하면 미매각 물량을 소화하는 부담이 줄겠지만 시장 금리를 낮추는 측면에선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SPV가 채안펀드와 같은 수순을 밟지 않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채안펀드는 은행, 보험, 증권사의 출자로 설립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자금경색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민간 금융기관의 출자로 꾸려진 만큼 상대적으로 신용이 높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SPV는 정부와 중앙은행, 금융정책기관이 출자에 참여한 만큼 도움이 필요한 기업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SPV는 우량채에 한해서만 수요예측에 참여하고 A~BBB등급의 비우량채는 미매각 물량을 인수할 계획"이라며 "미매각 물량을 흡수하는 것으로는 기존의 산은 인수 프로그램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SPV가 채안펀드의 연장선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비우량채 등급의 수요예측에도 적극 참여해 금리를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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