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승현 기자] 제로금리 시대에 갈 곳 잃은 시중 자금이 저축은행으로 몰리고 있으나 막상 저축은행 업계는 웃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출을 확대하는 데 부담이 따르는 등 마땅히 돈을 굴릴 투자처를 찾지 못해 자칫 역마진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해 저축은행들은 수신금리를 낮췄다. 그럼에도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에 여전히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추가 수신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 수신 총 잔액은 70조708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에 60조원을 돌파한 지 꼭 1년 만에 10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저축은행 수신은 올해 2분기에만 3조9592억원 늘었다. 1분기에 8119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특히 한은이 기준금리를 50bp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3월 직후인 4월(1조4016억원)과 5월(1조5946억원)에 자금이 눈에 띄게 몰렸다. 기준금리가 대폭 인하되면서 4월부터 시중은행의 수신금리가 함께 내려간 영향이다.
이후 지난 5월 한은이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까지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현재 시중은행 금리도 0%대를 기록하고 있다. 전례 없는 제로금리 시대에서 보다 높은 금리를 쫓는 자금이 저축은행에 돈이 몰렸다.
결국 저축은행들도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수신금리 인하에 나섰다. 지난 6월부터 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 등 저축은행들은 금리를 5bp에서 20bp 가량 내렸다. 그러나 여전히 자금은 저축은행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기준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1.65%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처는 턱없이 부족하다. 채권 금리 등 전반적인 투자처의 기대 수익률도 낮아지고 있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와 함께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무작정 고수익만 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연체율 관리 등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덜어내야 한다. 여신을 늘리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감독도 강화됐다.
따라서 저축은행들은 추가 수신금리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신 유입속도가 가파른데 대출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며 "3분기 들어서도 자금이 계속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역마진 발생 수준은 아니지만, 순이자마진(NIM) 저하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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