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상균, 전세진 기자] 아이에스동서(IS동서) 창업주인 권혁운 회장의 장녀 권지혜 전무가 회사 경영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요업사업부를 이누스로 물적분할해 매각한 것 역시 이 같은 조치의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잠재적인 경쟁자였던 권 전무가 실각하면서 권 회장의 장남 권민석 대표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권지혜 전무는 지난해 1월 아이에스동서의 미등기임원에서 사임한데 이어 지난해 4월 관계사인 일신홀딩스의 사내이사직도 내놓았다. 이후 권 전무는 미국으로 건너가 1년 이상 휴식을 취하다가 몇 달 전 국내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아이에스동서에서 퇴사를 확정한 상태다.

권 전무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가 맡고 있던 요업사업부는 지난 2월 이누스로 물적분할한 뒤 E&F(이앤에프) PE의 펀드에 매각했다. 아이에스동서가 이 펀드에 일부 자금을 출자하긴 하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아이에스동서가 이누스 매각 이후에도 일정기간 거래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출자를 진행한 것"이라며 "아이에스동서가 이누스를 다시 되사오는 콜옵션 등의 조항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거 말했다.

업계에서는 권 전무의 퇴진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권 전무와 동생인 권민석 대표가 경영권을 놓고 다툰 끝에 아버지인 권 회장이 개입해 권 전무를 내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다소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보다는 공식적인 후계자로 인정받은 권 대표가 수익성이 떨어지는 요업사업부를 정리하려고 했지만 권 전무의 존재 탓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권 회장이 직접 나선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권 전무가 사실상 실각하면서 아이에스동서의 권민석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사실 지난해 권 전무가 퇴진하기 이전에도 권 대표를 상대로 상황을 역전시키기에는 여러모로 격차가 컸다. 주력 계열사인 아이에스동서의 경우 권혁운 회장이 2018년 3월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그 자리를 고스란히 권민석 대표에게 넘겨줬다. 반면 권지혜 전무는 같은 시기 6년간 몸담았던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했다.

다만 권 전무의 퇴직 이후에도 아이에스동서그룹의 지배구조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이에스동서의 지분 44.4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는 아이에스지주의 경우 주요주주의 지분율은 권혁운 회장 56.3%, 권민석 대표 30.6%. 권지혜 전무 13.1%로 과거와 동일하다. 

지난해 권 전무가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았던 일신홀딩스 역시 권민석 대표 70%, 권지혜 전무 30%의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권 전무가 유일하게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계열사 및 관계사는 동서건설이다. 이 회사는 일신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신홀딩스의 사내이사직에서 권 전무가 퇴임하면서 권민석 대표 중심의 투자활동이 더욱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일신홀딩스는 아이에스건설에서 투자사업부를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아이에스건설의 건설사업부는 아이에스지주와 합병해 권민석 대표와 권지혜 전무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요업 등 제조사업은 투자 대비 수익률이 저조해 이번에 정리한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