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기소 쟁점
'합병 없었다면' 삼성물산 주가 올랐을까
④'건설경기↓+성장동력 상실', 하락폭 확대 가능성… 통합후 재무구조·건전성 향상
검찰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11명을 기소한 사건은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그룹을 넘어 국내 금융투자업계와 자본시장에도 큰 파장과 후폭풍을 가져올 메가톤급 사안이다. 자본시장 전문 미디어인 팍스넷뉴스는 향후 검찰과 변호인단이 다툴 공소사실의 핵심 쟁점에 대해 금융 및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관점에서 미리 살펴본다.



[팍스넷뉴스 설동협 기자] 검찰은 옛 삼성물산 주주들이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지속적인 주가 하락과 불리한 합병조건으로 실질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의 입김으로 합병 추진 여부와 시점, 합병가액 산정 등을 경영진들이 충분히 검토하지 않아 선관의무와 충실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이로인해 옛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실을 입은 반면 이재용 부회장만 수혜를 봤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주가 하락으로 옛 삼성물산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부분은 다시한번 시계를 넓혀 따져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 당시만 보면 옛 삼성물산 주주들이 평가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합병 5년이 지난 현재, 그리고 미래 가치는 달라 질 수 있다. 합병 5년이 흐른 현 시점에서 보면 자산가치는 합병 전보다 1.5배 이상 확대됐다. 일각에선 합병을 하지 않았다면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실적 부진 등으로 옛 삼성물산 주주들이 오히려 더 큰 손해를 입었을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옛 삼성물산 주력사업 건설부문, 실적 부진 '지속'


옛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 계획 이전부터 이미 지속적인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다. 2014년 말 주당 7만원 선이던 삼성물산 주가는 이듬해초 6만원대로 떨어졌다. 5월 합병 발표시점에는 5만원대 중반까지 추가로 밀렸다. 해외 건설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주력 사업인 건설부문이 향후 사업전망 예측마저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합병계획이 발표되기 직전에는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 이후에도 건설사업부문의 실적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합병 효과로 2016년 매출액이 일시적으로 12조9000억원까지 늘었지만 이듬해 11조9000억원으로 다시 줄었다. 지난해 건설부문 매출은 11조6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횡보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절반 가량을 차지했던 매출 비중도 작년말 30%대까지 줄었다. 


수익성은 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개선세가 정체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건설부문 영업이익은 2016년 343억원으로 흑자전환한 뒤 이듬해 제일모직과의 시너지 효과로 5014억원까지 늘었다. 이후 해외 건설 수주 효과 등으로 일시 증가하는 듯 했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5396억원으로 전년대비 30.1% 감소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4~6%선에 그쳤다.


주목할 부분은 이 같은 실적이 합병으로 인해 옛 제일모직 건설부문 매출까지 더해져 이뤄낸 성과라는 점이다. 만약 합병이 이뤄지지 않고 옛 삼성물산이 그대로 존속했다면 주가가 현재보다 더욱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을 추론케 하는 대목이다.


◆ 상위권 건설사, 매출·주가 5년째 '동반 침체'


이 시기 주요 건설사들의 실적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GS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업계 최상위권 기업들의 매출 흐름을 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 규모는 대부분 감소세를 나타냈다. 평균 영업이익률도 한자릿 수에 그치면서 수익성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건설사들의 전반적 주가 흐름 역시 부진한 상황이다. 시공능력 상위권 기업들의 주가 움직임이 삼성물산과 유사하다. 현대건설 주가는 2015년 6월 대비 지난 6월말 기준 19% 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대우건설 주가는 44% 급락했다. GS건설 역시 8% 수준의 하락률을 보였다. 대림산업은 0.3% 가량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친 모습이다.


당시 삼성물산 합병안에 반대를 권고했던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도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물산 주가 하락이 단기적으로 22.6%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건설 경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해외 투기자본의 뜻대로 합병이 무산됐다면 옛 삼성물산 투자자들의 손실이 더 늘어날 수도 있었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건설부문의 대규모 해외공사 관련 손실과 사업 불확실성 등을 상쇄시킬 성장동력이 삼성물산 내부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계 자본의 공격으로 합병이 무산됐다면 지배구조 문제가 부각되면서 경영권 방어에도 상당한 비용과 회사의 자원이 소모돼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을 가능성이 높다.


◆ 합병 후 재무구조 및 건전성 향상


주가 하락으로 가려졌지만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재무구조 및 건전성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검찰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가 된다.


통합 삼성물산은 출범 이후 중장기적인 실적 개선과 함께 재무구조 개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합병 이후 건설 부문의 적자를 극복하고 이듬해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과감한 체질개선과 미래손익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등 손익관리기준을 강화한 영향이다. 


올 상반기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77.6%를 기록했다. 합병 직후인 2016년(110.6%)과 비교하면 33%p 개선된 수치다. 같은 기간 유동비율도 90.7%에서 110%로 증가하면서 재무 건전성이 높아졌다.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조66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재무여력이 양호하다.


이 같은 재무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말에는 글로벌 신용평가업체인 R&I(Rating and Investment Information)가 삼성물산의 장기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상향 조정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삼성물산은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어 신사업 발굴이나 진출로 타개책을 모색해야만 했던 상황이었다"며 "만약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무산됐다면 시공능력순위 1위 기업의 덩치를 감안할 때 오히려 경쟁 건설사들보다 더 심한 '침체의 늪'에 빠져 주가 하락폭이 현재보다 더 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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