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기소쟁점
'허위공표·고의은폐' 위법성, 조건은?
⑨ M&A 등 경영활동, 계약까지 '보안유지' 필수…에피스, 나스닥 상장 가능성 '여전'
검찰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11명을 기소한 사건은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그룹을 넘어 국내 금융투자업계와 자본시장에도 큰 파장과 후폭풍을 가져올 메가톤급 사안이다. 자본시장 전문 미디어인 팍스넷뉴스는 향후 검찰과 변호인단이 다툴 공소사실의 핵심 쟁점에 대해 금융 및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관점에서 미리 살펴본다.

[팍스넷뉴스 설동협 기자] 상장기업이 인수합병 계획이나 기업공개(IPO) 등 지배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사결정 과정을 모든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공개하고 딜을 온전히 진행할 수 있을까? 검찰과 삼성 측 법리 논쟁은 각종 허위공표 혐의에서도 팽팽한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이건희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2대주주인 제일모직 증권신고서에 관련 정보를 기재하지 않은 부분을 문제 삼았다. 반대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상장 계획 발표나 용인 에버랜드 개발 계획 공표는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허위로 호재성 내용을 공시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재계와 금융 및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상당부분 정상적 경영 활동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허위공표 혐의는 합병 추진과정에서 실제 사업을 진행했던 거래였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결정한 이후여서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정상적인 기업 IR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투자자를 기만하기 위해 고의로 사기를 친 행위와 투자자를 설득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장점을 강조한 행위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지분 매각 역시 최종 계약을 체결한 상태가 아니었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 계획 역시 마찬가지다. 나스닥 상장 카드는 급격히 나빠진 미국 시황으로 중단했을 뿐 지금도 유효한 카드인 만큼 '허위'로 단정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 삼성생명 지분 매각 검토…"고의 은폐" vs "공시의무 해당 無"


검찰 공소 사실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2015년초 이재용 부회장이 상속세 재원을 서둘러 마련할 수 있도록 이건희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골드만삭스를 통해 버크셔 해서웨이에 의사를 타진한 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워런 버핏 회장을 만나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가진 삼성생명 지분 20.76% 등 총수 일가 지분을 활용키로 했다. 


출발은 삼성생명의 지주회사 전환이다.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인적분할 뒤 사업회사 주식과 지주회사 지분을 현물 교환해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그림을 만들었다. 이후 지주회사가 가진 사업회사 지분을 버크셔 해서웨이에 처분하는 대신 버핏 측에 '사업회사가 보유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7~10년간 보유하며 삼성에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 해야한다'는 약정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이 이 같은 매각계획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서도 제일모직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을 은폐·가장이라 보고 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투자설명서에는 '제일모직 주요 자산인 삼성생명 지분을 처분 없이 계속 보유'하는 것처럼 기재됐다.


하지만 재계와 금융 및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일련의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분매각이나 인수합병(M&A) 거래의 특성상 실제 본계약 체결 전까지 거래가 성사된다고 장담할 수 없는데다 직접적인 공시의무 대상 역시 제일모직이 아닌 삼성생명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지주사로 전환하는 주체가 밝히지 않은 내용을 2대주주인 제일모직이 먼저 공시할 수는 없다. 지주사 전환과 지분매각 과정에 제일모직이 보유한 지분이 포함될 수 있지만 이 경우도 실제 거래가 체결되는 시점에 공시할 수 밖에 없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M&A 시장에서 거래 쌍방이 최종 계약서에 공식 날인하기 전까지는 관련사실에 대한 보안을 최대한 유지하는 게 일반 투자자들의 불안심리 등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며 "초기 협상 단계에서 논의 사실을 전하는 것을 되레 이상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고의로 은폐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자본시장과 투자자 심리 등 시장적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판단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에피스 나스닥 상장 추진 발표, 제일모직 주가 '부풀리기용'(?)


검찰은 당시 제일모직의 손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과 관련해서도 삼성 측이 투자자를 기만한 허위 계획 발표라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앞둔 상황에서 작위적으로 공표한 내용이고, 결과적으로 지금까지도 상장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 계획 발표가 제일모직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추론이다.   


2015년 7월 초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투자설명회를 통해 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나스닥 상장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2016년 상반기 상장 시점을 못박을 정도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후 시장 상황은 급변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5개월 뒤 나스닥 상장 계획을 거둬 들였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나스닥시장의 바이오 투자 심리는 급랭했다. 실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투자설명회를 열었던 2015년 7월을 고점으로 나스닥 바이오테크놀로지 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2015년 7월 17일 나스닥 바이오(NBI)지수는 4162.86을 기록했으나 이후 3개월만인 10월 중순 3229.49선까지 밀려 석달만에 23% 수직낙하했다. 이듬해에도 하락세를 이어가며 2월 나스닥 바이오 지수는 2679.36로 주저 앉았다. 반년만에 시가총액의 1/3 가량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일부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나스닥 바이오 관련주에 대한 거품 우려가 많았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나스닥 상장을 미룬 사이 모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1월 10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모 자금 중 일부인 4000억원 가량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지원했다. 아울러 임상개발 진전으로 파트너사로부터 수백억 원대 마일스톤 수령이 뒤따르면서 에피스의 현금흐름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더이상 무리하게 나스닥 상장을 서두를 동인도 사라졌다. 


일각에선 당시 발표했던 나스닥 상장 관련 계획들이 국정농단 사건 재판 등의 이유로 지체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을 포함해 임직원들이 수차례 법원에 불려다니느라 경영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다. 고 사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법정에 섰다.   


회사 설립 초기부터 지휘봉을 잡고 있는 고 사장이 꾸준히 나스닥 상장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카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 논리라면 상장기업이 경영계획이나 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하거나 공시한 이후 해당 계획을 이루지 못해 철회하는 행위들이 모두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상장 추진 계획을 연기한 상태지 완전 철회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 수사로 인해 기업의 IR 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투자자들에게 미래 사업계획 등을 적극 알릴 수 없고 주저하게 돼 아이러니하게도 검찰이 문제 삼고 있는 것과 같은 '기업과 투자자간 정보 비대칭성' 문제가 더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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