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기소 쟁점
삼성바이오 회계분식..고의 or 과실
⑧2015년 하반기 임상3상 완료 '상업화 임박'···콜옵션 실질적 권리변경 '합리적'
검찰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11명을 기소한 사건은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그룹을 넘어 국내 금융투자업계와 자본시장에도 큰 파장과 후폭풍을 가져올 메가톤급 사안이다. 자본시장 전문 미디어인 팍스넷뉴스는 향후 검찰과 변호인단이 다툴 공소사실의 핵심 쟁점에 대해 금융 및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관점에서 미리 살펴본다.

[팍스넷뉴스 신수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는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수사하는 단초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위해 삼성바이오를 치밀하게 활용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2015년 삼성바이오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며 징계했던 내용이 고발장의 근간이다. 삼성바이오의 회계 의혹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최초 제기했다. 현재 검찰의 논리도 상당부분 시민단체와 증선위 내용과 궤를 같이한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관련 크게 두 가지를 문제삼고 있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바이오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지배력 관련 합작 계약 내용을 고의적으로 은폐, 거짓 공시해 투자자를 기만했다고 보는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가 의도적으로 자산가치를 부풀렸다고 보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불거진 합병비율 적정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삼성바이오가 당시 '종속회사'였던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재평가 이익을 과다 계상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삼성그룹은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에 기초가 됐던 2018년 증선위 1·2차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중이다. 법원은 1·2차 제재에 대해 집행정지를 확정한 데 이어 지난 24일 1차 제재 처분 취소 1심 재판에서 증선위가 내린 1차 징계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삼성바이오가 행정소송에서 승소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재판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전망이다.  


◆ 검찰·삼성, 합작법인 '콜옵션' 두고 이견


검찰과 삼성이 다투는 핵심 쟁점은 삼성바이오 회계처리의 적정성 여부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에피스의 지배권한을 합작투자회사인 바이오젠과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었지만 단독으로 지배권한을 행사하는 것처럼 회계처리한 부분을 문제 삼는다. 


시민단체가 삼성의 불법승계 의혹으로 제기하고, 현 정부 들어 증선위가 뒤이어 삼성에 대한 제재 사유로 인용했던 내용이다. 즉 사업 초기 삼성바이오가 '단독' 지배력을 의식해 에피스를 '연결기준' 자회사('종속회사')로 분류한 것이 잘못된 회계처리였다는 분석이다. 2012년 회계처리에서 '공동 지배력'을 반영해 지분법('관계회사')으로 인식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애당초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변화가 없었고, 이에 따라 2015년 자산 재평가를 통한 차익 반영이 잘못된 것이란 판단이다. 


에피스 설립 당시 삼성바이오는 지분 85%를, 바이오젠은 15%를 각각 보유했다. 바이오젠이 지분 50%-1주까지 확보(콜옵션)할 수 있고 이사회를 동수로 구성할 수 있는 권한 및 의결권 52%를 확보해야 주총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가중 조항을 두고 있어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단독으로 지배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는 것이 시민단체 및 증선위와 검찰의 일관된 생각이다.  



하지만 2012년~2014년 삼성바이오는 에피스에 대한 독자적인 실질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해 이를 연결 회계처리했다고 맞서고 있다. 당시 콜옵션 등 주주간 세부 합작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진행된 2015년 회계처리에서 콜옵션 내용이 공개됐다. 


2011년 국내에 도입된 IFRS는 투자 자회사에 대한 권한(종속회사 또는 관계회사)이 변경될 경우에 투자사에 대한 자산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김용범 당시 증선위원장은 "삼성바이오는 에피스 투자주식을 취득 원가로 인식해 콜옵션 부채만을 공정가치로 인식할 경우 회사 재무제표상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해 다소 비정상적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며 "회사가 2015년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처리 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하면서 회계기준을 '고의'로 위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는 2015년 이전에는 에피스에 대한 공동 지배력을 인정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지, 경영에 참여할지 여부가 불투명했다고 맞서고 있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2012년 바이오젠은 50대 50의 지분 투자를 거부하고 15%의 지분만 투자하겠다고 했으며 초기 출자조차 완료하지 않았던 상황"이라며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50%의 지분을 가져갈 것으로 생각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바이오는 2012년 에피스 이사회를 장악하고, 보유 지분(85%)로 단독 경영권 행사 지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에피스는 명확한 제품 개발 없이 사업계획만 가지고 있었기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점치기가 어려웠단 의미다.


에피스는 설립후 2013년까지 매출액이 전무했다. 2014년 매출 290억원이 유의미한 첫 실적이었다. 2015년 9월에서야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의 임상 3상을, 10월에 '베네팔리'의 임상 3상을 종료했다. 유럽 판매승인을 받아낸 때가 이듬해 상반기다. 바이오업계는 통상 임상 3상이 완료된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상업화가 임박했다고 해석한다. 이때가 기업의 본질가치가 증가한 시점으로, 콜옵션의 잠재적 의결권이 실질적 권리로 변경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생겼다는 것이 삼성바이오 주장이다. 


당시 실적과 기술연구 상황을 보면 콜옵션을 감안해 회계기준을 변경한 것이지 시민단체 등의 일방적 주장처럼 제일모직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고의로 회계기준을 바꾼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2012년에서 2014년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성공 사례가 없어 사업 불확실성이 매우 높았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회사의 사업계획에만 근거해 측정된 주식가치는 신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는 2015 회계연도에 현저히 높아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고려, 에피스에 대한 지위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콜옵션을 맺은 시점이 아니라 실질적 행사 가능성이 부각됨에 따라 회계상 반영했던 것이다.



◆ '콜옵션 = 공동 지배력' 공식 성립하나 


검찰과 삼성바이오의 대립은 콜옵션의 지배력과 이에 따른 회계적 인식 또는 해석 차이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이후 콜옵션의 지배력은 회계상 어떻게 반영되고 있을까.  


롯데그룹의 사례에서 삼성바이오와 유사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롯데칠성은 지난 2013년 아사히그룹홀딩스(Asahi Group Holdings)에 롯데아사히주류 57만주(19%)를 약 158억원에 매각했다. 이때 아사히그룹홀딩스에 롯데아사히주류 지분 '16%+1주'를 살 수 있는 콜옵션을 추가로 부여했다. 최초 매각 당시 롯데칠성음료가 아사히주류 지분 66%를, 아사히그룹홀딩스가 34%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16%+1주'가 아사히그룹홀딩스에 넘어가면 아사히그룹홀딩스는 롯데아사히의 지분 '50%+1주'를 보유하게 되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50%+1은 경영권에 준하는 지배력을 의미한다.


당시 콜옵션은 롯데칠성음료가 두 번째 맥주 양조공장을 건설하거나 아니면 2017년 12월 31일 행사할 수 있었다. 아사히그룹홀딩스가 롯데칠성음료로부터 지분을 인수한 시점(2013년 1월)과 경영권 매각 옵션계약 시작 시점(2013년 2월)은 모두 롯데그룹의 충주 맥주공장 건설이 시작됐던 2012년 6월에서 불과 반 년 뒤였다. 롯데그룹이 주류 사업에 뛰어들며 생산라인의 청사진을 그리던 상태로 옵션 행사 가능성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롯데칠성은 2014년까지 롯데아사히주류를 연결기준 종속회사로 분류하다 롯데칠성이 롯데아사히 지분 일부를 아사히그룹홀딩스에 추가로 매각하는 2015년에 가서야 관계회사로 회계처리했다. 앞서 증선위 지적과 다르게 '콜옵션 체결 시점'이 아닌, '실질적인 행사 가능성이 증명된 시점'에야 지배력 상실을 반영한 것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은 회계원칙만을 규정할 뿐 세부 회계처리를 기업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따라서 세부 회계처리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 재무회계가 각 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해 업종별로 다소 상이할 수도 있다. 특히 옵션계약의 세부 조건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경우, 이에 대한 회계적 평가를 획일적으로 내리기 어렵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IFRS 도입 초기 대강의 원칙만 정해졌지 세부사항에 대한 방침 등이 없었다"며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문제에 있어서도 이 같은 회계 업계의 속사정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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