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펭귄의 퇴장
코인플러그·체인파트너스 등 거래소 사업 철수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3일 10시 1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원재연 기자] 비트코인이 탄생한 이후 공식적으로 국내에 설립된 최초 가상자산 거래소는 코빗(Korbit)이다. 지난 2013년 설립된 후 원화 입금이 된다는 명목으로 국내 4대 거래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현재 일일 거래량은 빗썸의 10분의 1도 미치지 못한다. 


첫번째 주자 등장 이후 연이어 빗썸, 코인플러그(현 CPDAX), 고팍스 등이 생겨나며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문을 열었다. 자체 플랫폼 · 지갑· 커스터디 등 블록체인 기술 업체는 물론이고 중소 거래소는 200여개가(아마 그 이상이)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발을 디뎠다. 


2018년을 전후로 생겨난 대부분의 '퍼스트 펭귄'들은 아쉽게도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시선과 특금법이라는 장벽까지 등장한 상황이라 더이상 버틸 여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퍼스트펭귄이란 불확실한 위험을 감수하고 남들보다 먼저 도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가상자산 산업으로 치면 비트코인에 대한 명확한 법적 지위도 정해지지 않은 시절부터 시장에 뛰어든 이들일 것이다. 


지난달 코인플러그는 7년간 운영해오던 거래소 사업을 접겠다고 밝혔다. 거래소가 특금법이 요구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 요건을 통과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한듯하다. 코인플러그가 보유한 블록체인 기술 특허는 국내 기업중 가장 많다. 단일 블록체인 기업으로는 최대 직원을 거느리며 지난 2018년부터 지갑·OTC·거래소 사업을 모두 진행하던 체인파트너스 역시 지난달 거래소 사업 종료를 선언했다. 


위험을 감수했지만, 결국 넘어서지 못한 '특금법의 벽'은 기존 금융·IT 업계의 시선에서 보면 그리 크지 않다. 1억원 내외의 비용이 드는 ISMS인증과 은행이 발급해주는 실명확인계좌 취득은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시간 문제다. 현재까지 ISMS 인증을 취득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7곳, 실명계좌를 획득한 곳은 4곳 뿐이다. 


특금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 거래소들에 실명계좌를 내주지 않던 신한은행은 결국 코빗과 직접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기존 거래소와 손을 잡는 것에 주춤하던 다른 시중은행들도 마찬가지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이미 커스터디 사업 진출 준비를 마쳤다. 


퍼스트 펭귄이 시장에서 살아남은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규제의 불확실성과 시장의 가능성만을 보고 뛰어든 이들이 닦아놓은 길을 대기업 등  퍼스트 팔로워들이 차지하는 일도 낯설지 않다. 


호황에 진입한 사업자들이 불황에 시장을 떠나는 일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산업의 미래를 믿었지만 거래소 폐쇄로까지 내몰린 개척자들의 뒷모습에는 무력감마저 느껴진다. 가상자산 업계가 기다리던 제도화의 성과는 누구의 몫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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