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불안한 이유
'성능=인텔' 고정관념 깨져···AMD, 라이젠 CPU 출시후 지각변화

[팍스넷뉴스 설동협 기자] '포 미닛 마일(4 Minute Mile)'이라는 말이 있다. 1마일을 4분에 주파하는 게 불가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1886년부터 1954년까지 약 70년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으로선 넘을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졌던 셈이다. 


1954년 영국의 한 의대생이던 로저 배니스터(Roger Bannister)가 트랙 위에서 1마일을 3분59초에 주파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를 사건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향후의 상황 변화 때문이다. 이 기록이 깨진 이후 50년간 1마일을 4분 안에 들어온 사람이 1000명에 달했다는 것. 그동안 불가능 할 것으로 여겨졌던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한 순간에 깨진 대표적 사례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떤 고정관념은 이미 정답을 정해두는 습성이 있다. 또한 그 고정관념을 바꾸는 데 의외로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고정관념이 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 대상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 결과가 좋든 나쁘든 말이다.



인텔이라는 회사가 있다. 컴퓨터 부품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곳이다. 우리에게는 사람의 뇌에 해당하는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제조하는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펜티엄'이란 네이밍의 CPU를 통해 시스템 반도체 부문 절대 강자로 급부상했다. 이후에도 '코어2듀오', '코어i' 시리즈 등을 통해 시장에서 지난 50년간 군림해 왔다.


그런 인텔이 최근 들어 휘청이고 있다. CPU 업계 만년 2인자였던 AMD가 턱 끝까지 쫓아 온 상태다. 국내 시장에선 점유율이 5%포인트 차 안으로 좁혀졌고, 일본과 독일에선 각각 63%, 90%의 점유율로 인텔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사람들의 고정관념 속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철옹성 인텔을 넘어서기 시작한 셈이다.


사실 인텔의 위기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예견돼 왔다. AMD가 라이젠 CPU를 선보이면서부터다. 미세공정에서 인텔이 AMD에 밀리면서 성능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라이젠 CPU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경쟁 상대가 없던 인텔로서는 당황스럽다. 수년간 14나노의 미세공정에서 멈춰 있으나, 정신차려 보니 AMD는 이미 7나노 공정까지 앞서간 상태다.


인텔도 미세공정 부문에서 더 이상 AMD를 따라잡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선 듯 하다. 최근 사업 노선을 살짝 틀었다. 인텔은 앞서 단순 CPU 생산 업체가 아닌 통합반도체 업체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다시 말해 PC CPU 시장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겠단 의미로도 풀이된다. 인텔의 새로운 전략은 인공지능(AI)으로 통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인공지능사물인터넷(AIoT)용 프로세서로 영역을 넓히겠단 것. 


다만, 언제나 그렇 듯 사람들의 고정관념은 무서운 법이다. '최고의 성능'이란 타이틀은 이미 AMD에 넘겨준 지 오래다. "여전히 게임은 인텔이다"라는 말도 이제는 사람들에게 먹히지 않는 세상이 돼 버렸다. 


최근 인텔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은 '가성비'다. 싼 맛에 사용한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다시 생각해본다. 과연 인텔이 향후 내놓을 제품들이 제대로 된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을까. 50년 간 깨지지 않았던 고정관념이 바뀐 순간. 인텔이 불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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