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風' 흔들리는 포스코, 여전히 공기업?
물류통합법인 설립 좌초 위기…초일류 민간기업 되려면 '독립경영' 필요


[팍스넷뉴스 유범종 기자] 2000년 10월. 포스코가 30여년에 걸친 공기업의 옷을 벗고 민영기업으로 재출발한 시점이다. 현재의 포스코는 외국인 지분만 51% 비중을 웃도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국내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포스코를 '민영화된 공기업'으로 인식하는 듯 하다. 민영화된 기업이 공기업일 수 있을까? 이 말은 지극히 모순적이다. 포스코는 이제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책임져야 할 의무를 가진 민간기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최근 포스코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의심케 할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포스코가 경영 효율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한 물류통합자회사 설립이 좌초 위기에 놓인 것이다. 포스코 경영진의 단순한 변심이 아닌 국내 해운물류업계와 정치권의 강한 반발이 발단이 됐다.


포스코는 올 연말까지 각 계열사에 분산돼 운영하던 물류업무를 통합한 물류통합자회사를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중복된 절차와 추가적인 비용을 줄여 경영개선을 이뤄내겠다는 취지다. 이미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서는 이러한 취지로 물류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 LG그룹의 판토스, 삼성그룹의 삼성전자로지텍 등이 대표적이다.


포스코는 최근 몇 년간 본업인 철강업의 부진으로 말미암아 유례없는 실적 악화를 경험 중이다. 올해 2분기 포스코는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별도기준)라는 쓰라린 아픔도 맛봤다. 포스코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내기 위해 내부적으로 고강도 체질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물류통합자회사 설립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정책으로 읽힌다.


하지만 포스코의 당찬 포부는 극심한 외부 반발로 물류통합법인을 설립도 하기 전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국내 해운물류업계는 포스코의 물류통합자회사 설립이 해운업 진출의 빌미가 될 가능성을 경계하며 각 단체별 성명서 뿐 아니라 정부기관에 탄원서까지 내고 설립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도마에 오르며 정치권의 공세도 더해졌다.


포스코는 한 해에만 약 1600만톤의 철강재 수출과 약 8000만톤의 제철원료를 수입하는 국내 초대형 화주 가운데 하나다. 이를 기반으로 포스코가 해운물류사업에 진출한다면 기존 물류시장의 생태계 파괴와 일감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해운물류업계와 일부 정치권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골목상권' 침해와 '3자물류 육성정책'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직접 나서 통합물류법인이 해운업 진출과는 무관하다고 재차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공허한 외침에 그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여전히 공기업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실적 부진에 빠진 기업의 내부적인 경영 효율화 정책까지도 관련업계와 정치권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작금의 포스코라는 지적이다.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 진정한 민간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두 번째 도약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그것은 바로 독립경영이다. 포스코가 그 어떤 외풍(外風)도 이겨낼 수 있는 강한 뚝심을 가질 날을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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