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노리는 SM그룹, PEF 넘을 수 있을까
비가격 요소에 높은 점수 주긴 어려워
영도조선소/출처=한진중공업 홈페이지


[팍스넷뉴스 심두보 기자] 다수의 재무적 투자자와 소수의 전략적 투자자가 한진중공업을 두고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영도조선소'가 주목을 받고 있다. 12월 중순 예정된 한진중공업 본입찰이 다가오면서 영도조선소 이전과 미래 가치 등이 승부를 가를 핵심 요소로 거론된다.


인수후보 중 사모펀드(PEF)는 모두 영도조선소 부지의 개발 잠재력을 보고 딜에 참여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통해 핵심 사업부(건설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비핵심 자산을 매각한다는 게 이들 PEF가 공통으로 고려하는 '인수 후 전략(PMI)'이다. 


이번 딜에 참여한 PEF 중 다수는 구조조정 M&A에 경험이 많다.


KDB인베스트먼트와 손을 잡은 케이스톤파트너스는 2007년 설립된 이후 기업재무구조개선 대상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케이스톤파트너스는 올해 1월 2184억원 규모의 신규 블라인드 펀드 '골든밸류3호'를 조성했다.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 역시 구조조정 기업 투자에 일가견이 있다. 오퍼스PE는 지난 2015년 연합자산관리와 '유암코오퍼스기업재무안정' 펀드를 결성해 투자에 나선 바 있다. 이후에도 연속적으로 기업재무안정사모펀드를 조성해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NH투자증권과는 함께 펀드 운영사(GP)를 맡고 있다. 지난 2019년 4월 결성된 블라인드 펀드 '엔에이치오퍼스기업재무안정(2040억원)'의 공동 GP가 오퍼스PE와 NH투자증권이다. 같은 해 11월 두 GP는 1021억원 규모의 추가 펀드를 만들었다.


STX와 흥아해운을 연달아 인수한 APC프라이빗에쿼티도 기업구조조정 전문가다. APC PE는 STX 혹은 흥아해운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과 조선업 모두 미래 성장성이 있다고 보긴 힘든 업종"이라면서 "PEF 중 구조조정에 강점이 있는 곳이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것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그는 "기업이 보유한 비핵심 자산의 가치는 이들이 인수를 추진할 때 면밀히 살피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PEF의 참여가 도드라지자 지역에선 반대 여론이 나오고 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11월 2일 성명을 통해 "영도조선소의 용도변경이 이뤄지면 경영난에 처해있는 조선업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낮아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최종적으로는 영도 조선소를 폐기할 것"이라고 밝히며 PEF가 단독으로 한진중공업을 인수하는 것을 반대했다. 부산 정치권이나 노동계에서도 PEF로의 매각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SM그룹은 '영도조선소 유지'를 내세우고 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한 매체를 통해 "현재 영도조선소에서 조선사업을 지속할 생각"라고 밝혔다. 그는 "그룹이 보유한 선박만 70척이며 영도조선소를 당분간 수리조선소로 활용하면서 조선업이 활황세로 돌아설 때까지 버티면 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즉, 영도조선소를 다른 용도로 재개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입장에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SM그룹이 한진중공업을 인수한다면 부산 지역 경제를 살리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이 같은 SM그룹과 지역 여론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입찰 가격이 최우선 순위일 수밖에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그리고 농협은행과 같은 국책 성격의 기관 외에도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이 채권단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


투자은행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영도조선소 유지 의지를 가격 외 평가 요소로 넣기엔 자의적으로 판단할 요소가 많다"며 "여러 기관이 보유한 지분을 함께 파는 딜에선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민간 은행은 최대한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특정 이슈 때문에 낮은 가격을 제시한 인수후보에 점수를 더 줄 경우 배임 이슈까지 불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모펀드의 한 관계자는 "한진중공업 가치 중 가장 큰 부분이 영도조선소 부지 재개발에서 비롯되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은 SM그룹이PEF보다 높은 입찰가를 쓰긴 힘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영도조선소 맞은편에 위치한 부산 북항에 대한 재개발 논의는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부산시는 중앙정부와 함께 로드맵을 그리고 있으며, 시민 의견 수렴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부산시는 북항 1단계 구간은 친수공간으로 재개발하고, 2단계 구간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국제 비즈니스 지역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북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영도조선소도 직·간접적으로 북항 재개발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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