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끊이지 않는 '그린워싱' 논란
"ESG 투자시장 성숙, 이미지 제고 위해 선도적인 모습 보여야"


[팍스넷뉴스 조재석 기자]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를 향한 '그린워싱'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린워싱이란 환경주의를 빙자해 이득만 취하는 행태를 말한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 5500억원 규모 그린본드를 발행 직후 해외 석탄 화력발전 사업을 강행하며 그린워싱 논란을 낳았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공공기관인 한전이 그린본드 검증에서 선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ESG 시장의 신뢰를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전, 그린본드 발행 후 석탄투자…"우연히 시기 겹쳤을 뿐"


지난 6월 한전은 5억달러(5500억원) 규모 '글로벌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글로벌 그린본드는 세계 금융시장을 대상으로 발행되며 조달된 자금을 국내외 재생사업, 신재생 에너지 효율화 등 친환경 투자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채권이다. 당시 한전은 글로벌 채권 5년물 중 역대 최저금리인 1.188%로 조건을 결정지으며 성공적인 발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1월 말 미국 에너지 경제·재무분석 연구소(IEEFA)는 해당 그린본드에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며 한전이 투자자 신뢰 확보에 실패했다는 지적에 나섰다. IEEFA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주요 투자자들은 단순히 수익률과 투자 등급만 고려하지 않고 기업의 전반적인 ESG 전략과 거버넌스, 후속 조치 등을 면밀히 검토한다"며 "환경과 사회책임을 중요시 여기는 투자자 입장에서 한전의 ESG 관련 대응방식은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IEEFA에 따르면 한전은 그린본드를 발행한 같은 달 인도네시아 소재 화력발전소에 투자를 확정했다. 지난 10월에는 국내외 환경단체의 반발에도 베트남 붕앙 2호기 신규 석탄발전소 투자를 강행했다. 친환경 사업을 위해 돈을 모은 한전이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 화력발전에 투자하는 모습이 무늬만 '친환경'인 그린워싱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한전은 투자시기가 우연히 겹쳤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그린본드를 발행한 뒤 체결된 인도네시아 자바 투자 건의 경우 앞서 몇 년 동안 관련 사업을 논의하다가 투자확정이 그때 이뤄진 것"이라며 "우연히 시기가 겹쳤을 뿐 한전이 추구하고 있는 친환경 사업의 방향과 상충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ESG 관련 기준 미흡..."공공기관이 움직여 줘야"


한편 IEEFA는 한전의 그린본드 프레임워크가 글로벌 ESG 채권 발행사 대비 불투명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IEEFA에 따르면 독일 최대 에너지업체 에온(EON)과 싱가포르의 비나에너지(Vena energy)는 사후보고서 작성 시 독립적인 외부 감사기관을 거쳐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한전은 외부 인증기관 서스테널리틱스(SUSTAINALYTICS)를 통해 투자를 위한 사전검증만 검토받고 있으며 사후보고는 자체적으로 진행 중이다. 


IEEFA의 문제제기와 달리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ESG 채권 발행사의 외부 감사기관을 통한 사후보고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온다. ESG 투자 시장이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단계에서 외부 감사기관 사후보고 절차가 의무화되는 것은 발행사에 적지 않은 비용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만약 외부기관을 통한 사후검증을 의무화시킨다면 발행사 입장에서 검토를 위해서 추가적인 비용이 지출될 것"이라며 "객관적인 검증의 필요성에 대해서 십분 공감하지만 이를 당장 증권시장에 적용시키기엔 국내 ESG 투자 환경이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SG 관련 검증 기준이 불분명할수록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익명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제 막 ESG 관련 사전·사후보고의 기준이 잡혀가는 단계이므로 단순히 한전을 비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이럴 때일수록 공공기관인 한전이 사후검증 등 신뢰 확보에 공을 들여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인정받고, 국내에선 ESG 시장에 안정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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