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다각화는 전략이 성공했을 시 기업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흔히 본업의 실적인 개별기준보다 자회사 실적이 포함된 연결기준 이익이 높은 곳이 이에 해당한다. 대표적으로는 지난해 신세계를 꼽아볼 수 있다. 신세계의 작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678억원으로 개별(2221억원) 영업이익보다 배 이상 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류)과 신세계DF(면세점) 등이 쾌조의 실적을 기록한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문제는 모든 기업들의 사업다각화의 결론이 신세계와 같지 않다는 점이다. 신사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본업의 실적마저 까먹는 곳이 적잖은 까닭이다.

유통가에서 문어발식 확장에 골머리를 앓는 곳으론 이마트가 주로 거론된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과 달리 이마트계열을 이끄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유독 자회사발 호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는 2011년 신세계로부터 분사한 이후 단 한 차례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개별(이마트)을 뛰어넘은 적이 없다. 2015년과 2018년의 경우 연결-개별간 영업이익 격차는 1256억원, 1005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덩치를 키운 자회사 신세계조선호텔, 이마트24 등이 매년 적자경영을 이어온 결과였다.

정용진식 사업다각화 성적표는 실적저하에서 끝나지 않았다. 적자를 면치 못한 자회사들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돈이 지출되는 악순환이 벌어진 것이다. 예컨대 이마트는 올 들어서만 추가출자 명목으로 적자 자회사들에게 6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수혈했다.

이마트 자회사들이 언제쯤 유의미한 실적 개선을 이룰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신세계조선호텔과 에스에스지닷컴 등은 흑자전환 시점 예측이 어렵고 제주소주나 미국 유통사 PK리테일은 자칫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야심차게 진행한 사업다각화가 내실 없는 문어발식 확장으로 귀결된 셈이다.

이쯤 되면 내심 이마트가 어쩌려고 저럴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용진식 사업다각화'가 언젠가 빛을 보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 정용진 부회장의 실패가 개인의 귀책으로 끝나지 않을 만큼 이마트 계열사들의 덩치가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이마트와 신세계푸드, 에스에스지닷컴, 이마트24, 신세계조선호텔 등 이마트계열 주력사의 고용인원은 3만8000여명이다. 이는 단일기업 기준 국내 5위권 수준이다. '계열사 부진→이마트 추가수혈'의 흐름이 계속될 시 모회사·자회사간 동반부실 우려심화→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자회사 부진에 따른 연결실적 악화는 이마트의 기업가치 저하로 이어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부가가치 창출 미비로 국가경제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은 덤일 터다.

정 부회장의 사업다각화 성과는 생존을 위해서도 절실한 상태다. 모회사 이마트의 영업이익이 2017년을 기점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는 만큼 이제는 자회사들이 모회사의 실적을 받쳐줘야 할 시점이 왔다.

최근 정용진 부회장은 모친으로부터 이마트 지분 8.2%를 증여받고 회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분 증여 목적으로는 '책임경영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책임경영의 결과물이 본인의 경영능력을 입증함과 동시에 딸린 식구들을 제대로 건사하고 지역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이길 기대해 본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인데 이 정도면 워밍업으론 충분한 시간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