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 규제' 여전···새해 블록체인 전망은?
정책 뒷받침된다면 지난 3년 뒤쳐진 시장 만회 기회될듯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4일 16시 3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김가영 기자] 블록체인 업계에서 2020년은 의미가 깊다. 가상자산 거래의 제도화가 이루어지면서 침체에 빠졌던 시장이 다시 활력을 되찾은 해다. 내년에는 산업 발전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지만 해외에 비해 정책 면에서 아직 준비가 덜 된 듯하다.


지난 3년간 가상자산 거래소는 사행성 산업으로 분류됐다. 덩달아 블록체인 관련 사업체들도 대중의 부정적인 시각과 정부의 반(反) 암호화폐 기조 속에서 눈치를 봐야 했다.


2020년에 이르러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 국내에서 외면받았던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시장은 지난 3월 특정금융정보거래법(특금법) 개정안 통과로 제도권에 오르게 됐다.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과세안과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기준도 마련됐다.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를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 농협, 신한 등 시중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나 블록체인 기술 업체와 손잡고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 진출을 공포하기도 했다.



올해 발표된 소식들은 블록체인 업계 입장에서는 달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책 면에서 해외에 비해서는 한참 뒤쳐져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대기업들이 정부의 허용 하에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미국 최대 거래소그룹 ICE(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 산하 디지털 자산 거래소 백트(Bakkt)와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피델리티(Fidelity Investments)'의 가상자산 부문 계열사 '피델리티 디지털 애셋 서비스(FDAS)'는 지난해 커스터디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금융그룹 ING,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홀딩스도 지난해 커스터디 준비작업을 마쳤다.


커스터디 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블록스택과 인피니트플릿 등 일부 기업의 증권형 토큰 발행(STO)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도 했고, 온라인 결제 업체 페이팔은 가상자산 결제와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서야 출발 지점에 서게 됐는데, 해외 기업들은 이미 저만치 앞서서 뛰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특금법 개정안과 시행령 입법 예고안을 들여다보면 최소한의 '핀셋 규제'만을 시행하겠다는 억지스러움이 보인다. 입법 예고에서는 법 규제가 적용될 사업자를 단 세 종류로 추렸다. ▲가상자산 거래소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 ▲가상자산 지갑서비스업자 등이다.


블록체인 업계에는 세 가지 유형의 사업자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를 준비하는 기업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ICO를 진행한 재단부터 가상자산 발행이나 지갑 개발 솔루션 제공 업체, 블록체인 서비스 컨설팅 업체, 코인을 상장하지는 않고 내부 서비스에서만 포인트처럼 활용하는 앱 개발사 등 다양하다. 이들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법에 명시된 것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형 규제'를 채택한 한국에서 법에 없는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불안요소가 많다. 사업 진행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유가 가상자산 자금세탁을 우려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안 때문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처럼 소극적인 규제안을 발표한 것이 이해가 된다. FATF 권고안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회원국은 FATF 상호평가에서 부정평가를 받고, 국제 금융 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왕 가상자산 거래를 제도화할 것이라면 관련 산업 전체를 육성하는 방안으로 나아가는 게 옳지 않을까.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투기성과 가격 변동성이 줄고 기관투자가의 진입을 대비하는 모습이 보인다. 2021년에는 비트코인의 상승장이 이어지고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업계가 `꽃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관련 산업 성장도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다. 정책만 뒷받침된다면 해외 기업을 따라잡는 것도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내년에는 좀 더 열린 태도로 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정책기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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