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분자진단전문기업 씨젠이 지난해보다 15배 늘어난 배당 계획을 발표했다. 주주가치 제고 논란에 휩싸여 임시주주총회 요구까지 받자 이같이 대응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씨젠은 "2020년 연간 매출 1조원을 초과 달성했다"며 "지난해 1220억원이었던 매출이 1년 사이 10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매월, 매분기마다 매출 신기록을 내고 있다"고 14일 공시했다. 이어 "2020년 회계연도 기준 배당금을 주당 1500원으로 책정할 계획이다. 배당총액은 390억원"이라고 밝혔다. 씨젠의 지난해 배당이 주당 1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15배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씨젠은 아울러 올해 4분기부터 잠정 실적 공시를 진행한다. 사업·반기·분기보고서로 실적 알리던 관행을 바꿔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을 한 달 먼저 발표하겠다는 구상이다. 내년 상반기 생산 능력을 5조원까지 늘리겠다는 투자 계획도 갖고 있다.

씨젠의 올해 실적은 매출액의 경우 818억원(1분기)→2748억원(2분기)→3269억원(3분기), 영업이익 398억원(1분기)→1690억원(2분기)→2099억원(3분기) 등 매 분기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누적 매출액이 6835억원에 이르자 지난달 "연간 매출 1조원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는데 올해가 가기 전 목표 달성했음을 이번에 알렸다. 올해 영업이익률이 60%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연간 영업이익도 60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같이 올해 엄청난 성장 속도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씨젠은 최근 일부 주주들의 불만에 시달리고 있었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세계적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속속 내놓음에 따라 진단키트에 대한 업황 전망이 나빠져 씨젠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몇 바이오 기업들은 자사 코로나19 관련 제품의 각국 조건부 혹은 긴급 승인 방침을 알리고 수출 물량까지 추산해 주가 하락 방지에 힘을 기울였다. 반면 씨젠은 보수적인 관점으로 접근,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지난 8월 10일 32만2200원까지 치솟던 씨젠의 주가는 11월 25일 17만530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에 일부 주주들은 "천종윤 대표가 직접 나서 주가 부양을 위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소액주주들로 구성된 '씨젠주주연합'은 "올해가 가기 전 임시주총을 소집하겠다"며 "주총에서 무상증자와 배당, 액면분할, 코스피 이전상장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씨젠이 발표한 배당건 등은 주주가치 제고 요구에 어느 정도 화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올해 영업이익이 6000억원 초과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지난해보다 15배 올린 배당금이 여전히 적다는 의견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씨젠의 올해 말 주가가 20만원은 유지할 거라고 볼 때, 배당금 1500원은 시가배당률 1%도 되지 않아 많은 편은 아니다"며 "내년 생산 능력을 5조원까지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등 비전을 내놓은 것이 오히려 주가 회복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 같다"고 풀이했다.

씨젠 관계자는 "실적 등에서 적절한 상황이 나와 배당 등을 발표하게 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주주 친화적인 움직임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