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혜인 기자] LG화학이 자사주를 활용해 발행했던 교환사채가 회사는 물론, 투자자와 주주 모두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LG화학은 이자부담 없이 자금을 조달하는 게 가능했고,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실현, 주주들은 배당 가능 재원(자본잉여금) 확대 효과를 누렸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화학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남은 교환사채 물량을 전부 보통주 전환하거나 상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달러물 2484억원어치는 보통주 71만4856주로 전환했으며, 남은 약 2억원 규모 물량은 지난 10월 LG화학이 전부 현금 상환했다. 유로물 4207억원어치는 지난해와 올해 보통주 76만9690주로 전환했으며, 남은 30억원은 올해 1월 현금으로 모두 갚았다.
LG화학은 2018년 4월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활용하기 위해 약 64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달러물과 유로물로 나눠 발행했다. 교환사채 발행 당시 만기일은 오는 4월16일, 만기 이자율은 0%로 잡았다. 교환사채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발행회사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LG화학이 부여한 교환가액은 달러물은 46만원, 유로물은 53만3000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가 급등하면서 채권 투자자들이 보유 물량을 주식으로 전환해 잭팟을 터트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배터리 사업부의 연이은 수주물량 확대, 본업인 석유화학 업황 호조 등으로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했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영향으로 20만원대까지 떨어졌던 LG화학 주가가 지난해 말 80만원대, 올해 초 1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LG화학 입장에서 역시 교환사채의 발행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6000억원이라는 자금을 이자부담 없이 조달했으며, 주가가 30만원 후반대이던 때, 자사주 1주당 가치를 40만~50만원으로 책정해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투자자들의 보통주 전환으로 현금 유출 없이 부채 규모를 줄일 수 있었던 점 역시 '현명한 딜'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교환사채는 주주에게도 고마운 존재였다. LG화학은 지난 4일 코나 전기차(EV) 리콜 충당금 약 5000억원을 지난해 실적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G화학의 2020년 연결 영업이익은 기존 2조3531억원에서 1조7981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1조864억원에서 6824억원으로 줄었다. 개별 기준으로는 98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0년 배당 규모는 2019년(주당 2000원)의 다섯 배로 크게 늘렸다. LG화학은 이에 대해 "당기순이익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4317억원의 자기주식 처분 이익을 감안해 주당 1만원의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교환사채의 보통주 전환으로 발생한 자사주 처분 이익은 당기순이익이나 영업이익 등 손익계산서상으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대신 자본계정의 자본잉여금으로 기록한다. 자본잉여금이란 법정준비금으로 주주와의 자본거래를 통해서 발생하는 주식발행초과금, 감자이익, 자기주식 처분 이익 등을 포함한다. 과거에는 자본잉여금을 배당 재원으로 활용할 수 없었지만, 2011년 상법 개정으로 법정준비금 중 법인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하는 자본잉여금, 자본준비금, 이익준비금 등을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감액한 후 배당할 수 있다. LG화학의 자본잉여금은 2019년 2조2746억원에서 2020년 2조6925억원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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