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왕 최신원, 실종된 책임경영
오너리스크 속 투자자 신뢰회복 작업 뒷전…주식매도 타이밍만 골몰
이 기사는 2021년 03월 30일 08시 1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류세나 산업1부 차장] 문득 머릿 속에 스치는 장면이 있었다. 2년도 더 지난 일이다. 


2018년 말,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교도소 수감 중 대리인을 통해 보유하고 있던 ㈜한진과 한진칼 지분 전량을 내다 팔았다. 당시 한진그룹은 행동주의펀드 KCGI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그 덕에 한진 관련 주식들은 연일 고공행진했다. 최 회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교도소에 들어앉아서도 한진그룹 관련 주식을 좋은 값에 팔아 통장에 수억원을 입금시켰다.


최은영 회장의 '감옥 주식놀이'가 불현듯 스친 건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관련한 정보를 뒤적이던 때였다. 최신원 회장은 현재 회삿돈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를 받고 있는데, 그 역시 검찰수사가 한창일 당시 주식거래에 흠뻑 빠져 있었던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최은영 회장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최신원 회장은 영어의 몸이 되기 전이었다는 것 정도다.


상황은 이렇다. 작년 10월 6일, 검찰은 최 회장의 횡령 정황을 포착하고 보다 확실한 증거수집을 위해 최 회장 자택과 SK네트웍스, SKC, 사건에 연루된 계열사 전체를 압수수색했다. 주가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예상치 못한 오너리스크가 터졌으니 주가 하락은 자연스런 수순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때 최 회장의 행보였다. 최 회장은 본인에 대한 비위 혐의 부각 후 투자자들에 대한 신뢰 회복작업이 아니라 앞장서서 보유 주식을 장중에 내다 던졌다. 일반적 상식의 책임경영과는 한참 거리가 먼 그림이다. 투자자는 물론 내부 구성원들도 동요하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당시 상황을 찾아보니 어쩐 일인지 이 같은 사실은 외부에 크게 부각되지 않고 슬그머니 지나갔다.


공시에 따르면 최 회장이 압수수색 직후인 10월 21일부터 같은 달 28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매도한 주식수는 4만7000주(0.02%)다. 횡령혐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까지 작년 한 해 동안 수개월에 걸쳐 야금야금 매입한 자사주가 총 5만7000주였는데, 이 중 82.5%를 사건 직후 일거에 내다판 셈이다. 


SK네트웍스는 최태원 SK 회장이 이끄는 SK그룹과는 사실상 분리경영되고 있는 기업이다. 오너 경영인인 최신원 회장의 지분율이 3월 말 현재 0.83%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징적 의미 차원에서도 주식매도는 쉽지 않다. 주식 매도대금 또한 2억1800만원으로 소액 수준이다. 특히 유사시 아군이 되어 줄 그의 아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은 당시 회사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았다. 급전이 필요했더라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법도 있었다. 최 회장의 SK네트웍스 주식담보대출 현황을 보면 '0원'이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에 붙여진 오랜 수식어는 '기부왕'이다. 30년 가까이 꾸준하게 사재를 털어 학교와 장학재단 등에 기부활동을 펼쳐왔다. 집계된 액수만 132억원이다. 기부왕이라는 수식어를 통해 바르고 올곧은 경영자라는 이미지도 유지해왔다. 물론 재판중인 혐의점이 아직 사실로 확정된 건 전혀 없다. 다만 위기시 취한 행보를 보면 그간 쌓아온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최고경영자로서도 다소 부적절한 모습이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굳이 2억원의 급전이 필요했던 정황을 끼워 맞추자면, 2018년 11월 최태원 SK 회장이 가족들에게 증여한 SK㈜ 주식에 대한 연부연납 세금 납부 시점이 올 2월 초였다. 다만 최 회장은 수증 주식수 10만주 가운데 70%를 이미 현금화해 3월 초 기준으로 3만78주(0.04%)만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개인자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용처는 확인할 순 없지만, 증여세(최고세율 60%) 핑계를 대기엔 이미 현금화한 자금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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