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모두 폐쇄될 수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전체 가상자산 시세가 하락하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또다시 '박상기의 난'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은 위원장은 "현재 200개가 넘는 거래소 중에서 등록한 없다"라며 "만약 (신고 기한까지) 등록이 안 되면 모두 폐쇄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거래소가 어떤 상황인지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소 등 가상자산 사업자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등 요건을 갖춰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하며 기존 사업자는 오는 9월 24일까지 신고하면 된다. 4월 현재 모든 조건을 갖춘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네 곳이다.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많이 투자한다고 해서 정부가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제도화에 대해서도 "가상자산을 공식화해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되면 더 투기 열풍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어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라며 "(젊은 투자자들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은 위원장의 발언은 기존에 가상자산을 투자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은 위원장의 발언 이후 전체 가상자산의 시세는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이달 최대 8200만원까지 상승했던 비트코인은 23일 오전 6000만원 선이 붕괴되면서 5600만원대까지 급락했다. '대장코인'인 비트코인이 하락하자 이더리움, 리플, 폴카닷 등 알트코인의 시세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지난주까지 20%에 육박하던 '김치프리미엄(평균 시세보다 국내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은 모두 사라진 상태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8년 1월에도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이 '가상자산 거래소 폐쇄' 발언을 한 직후 코인 시세가 폭락하고, 약 3년간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됐기 때문이다. 당시 박 전 장관은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투기세력으로 보고 거래소를 폐쇄해 투자 자체를 금지시키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은 대부분 사업을 접거나 해외로 법인을 옮겼다. 김치프리미엄과 달리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 낮은 가격에 코인이 거래되는 '역 프리미엄' 현상도 나타났다.

최근에는 2018년 당시보다 코인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국내에서만 하루 수십조원이 거래되고 있다. 은 위원장의 발언 후 갑작스레 시세가 하락하면서 이에 따른 투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올 1분기에만 250만명이 신규로 코인 거래에 뛰어들었다. 거래소를 등록하라면서도 폐쇄를 운운하는 것은 시장에 혼란만 줄 뿐"이라며 "최소한의 코인 발행 기업에 대한 정보 공개, 허위 공시에 대한 적발 및 제재, 코인 가격 조작 세력에 대한 감독 등 투자자 보호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 또한 은 위원장의 발언에 비판을 하고 나섰다. 한 블록체인 업체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코인베이스와 같은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가 상장을 하고 기업 가치를 100조원까지 평가를 받았는데, 한국은 3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고 다른 국가의 정책과 규제에 비해서는 더욱 뒤쳐졌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