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니엄 보다 먼저 온 '그린디메리트'
ESG 역행 기업에 불이익...안정적인 시장 성장 위해 당근·채찍 조화 이뤄야
이 기사는 2021년 05월 06일 08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조재석 기자] 금융투자 시장에 그리니엄이 보이질 않는다. 그리니엄은 그린(Green)과 프리미엄(Premium)의 합성어로 녹색채권 발행 시 일반채권 보다 금리를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는 현상을 뜻한다. 유럽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이 일반채권보다 녹색채권이나 지속가능채권을 더욱 선호하며 자연스레 그리니엄이 자리를 잡았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내 발행시장 역시 그리니엄이 금세 적용될 거란 기대가 있었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2022년까지 운용자산의 절반을 ESG 기업에 투자하기로 발표하며 녹색채권을 향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해서다. 전문운용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ESG' 딱지가 붙은 채권을 쓸어 담듯 주문했고 그 결과 상반기 녹색채권 수요예측은 매번 흥행을 기록했다.


하지만 발행금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녹색채권을 향한 수요가 늘면 이자율이 자연스레 낮아질 줄 알았으나 2분기에 접어들도록 유의미한 하락 현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간 ESG 채권을 발행한 플레이어들 자체가 신용등급이 우수한 소위 '크레딧 고래'들이다 보니 두드러진 금리 변동 폭이 없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신 그리니엄이 들어서지 못한 빈자리는 다른 손님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바로 '그린디메리트'다. 그린디메리트는 그린(Green)과 결점(Demerit)을 더한 신조어다.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는 아니지만 최근 여의도 채권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린디메리트가 종종 언급되고 있다.


그린디메리트는 그리니엄과 정반대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리니엄이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ESG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에게 저렴한 조달금리라는 '당근'을 지급한다면, 그린디메리트는 반대로 ESG와 관련이 없는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조달금리가 높아지거나 발행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등의 '채찍'을 받게 되는 상황을 뜻한다.


지난 4월 A사는 1분기부터 준비했던 회사채 발행을 돌연 중단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시장금리 상승과 최근 합병이 진행된 법인의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A사의 발행을 담당했던 주관사에서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발행 취소를 권했을 것이란 얘기도 들려온다. 


전북지역에서 집단에너지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A사는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며 환경오염 논란에 연루되곤 했다.


익명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A사의 발행 취소가 그린디메리트라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는 ESG 흐름과 반대되는 기업의 자금 조달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분위기는 확실하게 감지되고 있다"며 "시장이 기대했던 그리니엄보다 그린디메리트가 먼저 찾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잘하는 기업이 상을 받고, 못하는 기업이 벌을 받는 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다만 아직 ESG 투자시장이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선 채찍 보단 더 많은 당근이 필요하다. 


새가 두 날개로 날듯 ESG 시장도 그리니엄과 그린디메리트가 서로 조화를 이룰 때 더 안정적으로 더 빠르게 지속가능성이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터다. 올해 하반기 발행시장에서는 A등급 위주의 기업들이 ESG 채권을 발행하며 그리니엄을 주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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