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의 역습
'자본 마사지' 계정 재분류 전략···금리 상승기 '역풍' 맞아
이 기사는 2021년 05월 07일 08시 0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신수아 기자] 금리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금리 변동성은 언제나 있었고 언제나 예측불허였다. 제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저 '예상'할 뿐, 미래를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보험사들이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견조한 실적 회복에 고무적인 분위기도 잠시, 예상 밖의 수치가 눈길을 끈다.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 적게는 한 자릿수, 많게는 수십 퍼센트포인트의 RBC 비율이 단 3개월 사이 하락했다. 


보험사들은 금리 인상에 따라 보유 자산의 평가이익이 감소하며 빚어진 '일시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금리 민감도가 큰 보험사일수록 낙폭이 커졌다는 이야기다. 금리 변화에 따른 업계의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지만, 당혹감을 감출 수는 없다. 특히 일명 '자본 마사지'로 불리는 계정 재분류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보험사의 표정은 유독 어둡게 느껴진다.



부채를 시가 평가하는 IFRS17의 도입이 공표된 이후, 당국의 건전성 규제는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수천, 많게는 수조 원의 자본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레이스는 끊이지 않았다. 든든한 대주주의 유상증자는 한계가 있었고,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 발행은 비용 부담이 컸다. 


이때 계정 재분류는 신의 한 수처럼 여겨졌다. 회계상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분류된 채권을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새로운 꼬리표를 달아주는 간단한 일. 시가로 평가되는 매도가능금융자산은 금리 하락기에 수천억 원의 평가이익을 안겨줬다. 전략적으로 활용해 '공짜 자본'을 대거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반대의 상황이다. 채권의 실질은 금리 인상기엔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금리가 반등하면 건전성을 갉아먹게 된다는 의미다. 


실제 빈번하게 계정 재분류 전략을 활용해 온 한화생명의 경우 금리 100bp가 오르면 4조5000억 원의 자본이 감소할 수 있다. 이는 전체 자본의 1/3에 이른다. 또한 지난해 만기보유증권을 전량 매도가능증권으로 옮긴 농협생명의 금리민감도는 1년 전 대비 5배가 커졌다. 금리 100bp가 오르면 자본의 4조 원이 감소할 수 있게 된 것. 이는 자본 총계의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흔히 만기보유금융자산을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옮기는 것을 두고 금리 하락 전망에 '베팅(betting)'한다고 말한다. 결과가 불확실한 일에 돈을 거는 행위, 금리 하락에 베팅한 플레이어의 승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최근 기사의 한줄이 눈에 띈다. 


"2020년 말 0.9%대를 기록했던 미국채의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는 최근 1.6%까지 껑충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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